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후보자 개인의 부정청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보였지만, 브로커와 정치권 인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단순한 인사검증 차원을 넘어섰다.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개된 통화 내용만 보면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하다. 이제 후보자 해명만으로 판단할 단계는 지났다.
논란의 핵심은 김 후보자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접촉이 과연 그의 주장대로 ‘공익적 민원’ 전달이었느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여성 브로커 양모씨의 요청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제약사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부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김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에는 “내년 오빠 선거 때 좋기도 하다”, “승인되는 순간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 양씨가 제약사 대표와 통화하면서 김 후보자 외에 여권 내 유력 정치권 인사들과도 친분을 과시한 정황이 공개됐다. 국민 입장에서 이들의 관계를 단순한 민원 전달로만 받아들일 수 있겠나. 녹취록의 출처나 공개 경위를 문제 삼아 의혹의 본질을 비켜 갈 일이 아니다.
서울경찰청은 어제 김 후보자 관련 고발사건을 서울 영등포서에 배당했다. 수사가 이뤄진다면 단순히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연락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 정치권과 브로커 사이에 금전이나 다른 대가가 오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과거 검찰 수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새롭게 제기된 의혹까지 덮어서도 안 된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보며 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살피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지금은 임명 강행 여부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다. 법무부 장관은 법치와 공정을 상징하는 자리다. 후보자 자신이 부정청탁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논란이 정치권과 브로커, 기업까지 확대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청문회에서 해명하면 된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작전세력만 이득을 보고 소액주주 3만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사건이 아닌가. 청와대는 국정 운영과 법치에 미칠 부담을 냉정히 따져 최소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도 지명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