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개표소 봉쇄 시위로 출입이 막힌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이 90여일 만에 사무실에 진입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증거에 대한 접근 제한 조치가 이뤄진 후 직원들 출입이 진행됐다. 아시안게임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체들은 출전을 위한 행정 자료와 선수들의 체육 장비 등을 반출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에 경찰 1000여명이 배치됐다. 30여명 규모로 줄어든 시위대는 핸드볼경기장 1-3번 게이트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 진입에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특검 이태한) 관계자 4명,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6명,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이 입회했다.
체육단체들이 사무실에 진입한 건 95일 만이다.
핸드볼경기장에는 대한펜싱협회, 대한핸드볼협회 등 9개 종목 체육 단체들과 한국체육학회 등 유관 단체 3곳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외부의 임시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국정조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특검과 선관위 관계자들은 체육회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 전 안전 조치를 먼저 진행했다.
송파서 관계자는 “특검과 선관위 관계자 등이 안전 조치를 마감했다”며 “그 부분을 체육회 물품 반입이 끝날 때까지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전 9시22분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사무실에 진입해 데스크톱과 키보드, 서류 등을 챙겨 오전 10시40분쯤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이들이 진입한 2-3번 게이트 앞에 모인 시민 10여명은 체육회의 진입에 항의하며 “문을 왜 여냐, 왜 들어가느냐”라고 소리쳤다. 다만 경찰이 인간 띠를 만들어 시위 참가자들을 차단하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얼마 안 남아서 선수들의 개인정보와 경기 분석 영상, 전력 분석 등 자료들을 주로 반출했다”며 “행정에 필요한 서류와 함게 10월에 있을 전국체전과 하반기의 대회들, 체대 입시 준비를 위한 자료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일본에서 열릴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 중에는 핸드볼, 펜싱, 산악, 세팍타크로, 우슈, 댄스스포츠 단체들이 사무실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경기장 안에 방문한 뒤 ‘대통령이 해외에 있을 때만 진입을 시도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장 대표는 경기장 앞에서 “하필 이런 때를 골라 진입을 시도하고 물건을 반출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끝까지 감독, 감시하고 특검의 수사를 지켜봐 달라. 오늘 지키고 계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안에서 확인한 바로 체육회 사무실과 투표용지와 장비가 보관된 곳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맞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당연히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하며 투표지 보관장소가 특검의 수사 대상물로서 보존 필요성이 있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장 입주 단체들의 사무실 사용 불가 상황이 장기화하며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기장 주변에는 서울경찰청에서 파견된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과 형사 100명이 배치됐다.
선관위 특검 관계자는 “특별수사관 2명, 파견 경찰 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한 특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달 31일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에 대해 현 상태를 보존해달라’는 현장보존 조치요청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현장에 보관 중인 투표 명부나 관련 서류에 관해 확인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이 특검에 처음 출석했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노 전 위원장 등 선관위 간부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