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국가정원’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제2의 순천만’을 꿈꾸는 정원사업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한때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들어섰던 ‘출렁다리’처럼 획일적인 관광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곳은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2곳이다. 산림청은 6월 발표한 제3차 정원진흥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국가정원을 2곳 더 추가해 4곳으로 늘리고, 향후 15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도권·충청·호남·대경·동남권과 강원·제주·세종 등 ‘5극3특’ 권역별로 국가정원을 고르게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같이 국가정원 확대에 나서면서 현재 등록됐거나 조성 중인 지방정원 가운데 30여곳이 국가정원 지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 고양과 하남, 강원 춘천과 정선, 충남 부여 등 전국에서 지방정원 조성 및 국가정원 지정이 출마자의 주요 공약으로 쏟아졌다. 출마자 입장에선 ‘국가정원’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생태환경 개선과 주민 휴식공간 확충까지 한꺼번에 약속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약으로 꼽혔다.
특히 순천만의 성공 사례도 경쟁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순천시는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214일간 980만명이 방문, 33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했다. ‘정원’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이다. 국가정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방재정 투입이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가 먼저 정원을 조성해 지방정원으로 등록하고 3년 이상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야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국가정원 지정을 겨냥한 지방정원 조성에는 상당한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다.
춘천시는 164억원을 투입해 18만㎡ 규모의 호수지방정원을 조성 중이다. 전남 나주시는 90억원을 들여 영산강 저류생태습지 일원 50만㎡에 영산강 지방정원을 조성 후 국가정원으로 승격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도 금호강 하중도를 국가정원으로 키우기 위한 지방정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비는 74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국가정원 승격을 목표로 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윤영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순천의 성공만 보고 전국에서 비슷한 정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대규모 시설부터 만드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