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국가정원’을 향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정원의 수목과 시설을 유지하고 인력을 운용하기 위해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순천만국가정원도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수익구조 개선이 과제로 떠올랐다. 연간 400만명 이상이 찾는 순천의 핵심 관광시설로 자리 잡았지만 공공시설이라는 특성상 자체수입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순천시가 최근 시의회에 보고한 ‘국가정원 운영 효율화 계획’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의 연간 운영예산은 288억원이다. 반면 연간 자체수입은 115억원으로 전체 운영예산의 약 40%에 그친다. 산림청으로부터 매년 지원받는 국비 40억원을 더해도 155억원으로 운영예산의 53.8% 수준이다. 이에 순천시는 입장권 체계 개선과 통합권 도입, 주차장 유료화 등을 검토하는 등 경영수지 개선에 나섰다.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도 매년 75억원가량의 운영비가 투입된다. 이 가운데 국비는 21억원이며 나머지는 시비로 충당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방재정 부담에 사업을 다시 따져보는 곳이 있다. 민선9기 충남 부여군수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7월 ‘백마강 국가정원’ 조성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했다. 연간 60억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와 낮은 투자 대비 경제성, 백마강 둔치의 홍수·침수 위험 등이 이유다. 당초 부여군은 백마강 둔치 130㏊에 350억원을 들여 지방정원을 조성한 뒤 2030년 국가정원으로 승격한다는 계획이었다.
경남도 역시 지난해 11월 도의회에서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사업과 관련해 순천만과 태화강의 운영 사례를 제시하며 “지방재정만으로는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지방정원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정원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미 조성한 정원의 운영·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남기 때문이다.
윤영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대규모 시설부터 조성하면 자칫 또 하나의 토목사업에 그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만큼 주민들이 실제 이용하고 가꾸는 ‘행복한 공간’으로 면밀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