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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버스기사’부터 ‘부산대 도배사’까지…‘대학=사무직’은 옛말

Z세대 60% “연봉 7000만원 생산직 택하겠다”…전년보다 2%p↑
블루칼라 긍정 인식 68%…“직업 바라보는 인식 유연해져”

“그저 버스가 좋아서 사진을 찍던 어린 날의 제가 성인이 되어 버스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23살 고려대생 버스기사 브이로그: 버스가 너무 좋아서 그만 버스기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RAON’ 유튜브 캡처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23살 고려대생 버스기사 브이로그: 버스가 너무 좋아서 그만 버스기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RAON’ 유튜브 캡처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유튜브 채널 ‘RAON’ 운영자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언니가 디저트 카페 창업에 나섰다는 이야기부터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연까지 공유됐다.

 

대학 졸업 후 사무직으로 향하는 획일적인 진로 공식 대신 자신의 적성과 실속을 찾아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직업을 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사무직이 아닌 직업을 선택하는 사례는 더 이상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가형에서 3개만 틀리고 부산대학교에 입학한 이우진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열현남아’에 출연해 도배사로 일하고 있는 사연을 소개했다.

 

이우진씨가 도배를 하고 있는 모습. ‘열현남아’ 유튜브 캡처
이우진씨가 도배를 하고 있는 모습. ‘열현남아’ 유튜브 캡처

 

처음 벽지를 붙였을 때 큰 재미를 느꼈다는 이씨는 높은 직업 만족도를 보였다. 그는 직업 만족도에 대해 “10점 만점에 11점”이라고 점수를 매기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부를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집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너무 뿌듯하다”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사무직으로 이어지는 획일적인 진로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흐름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800명을 대상으로 ‘연봉 7000만원 교대 근무 생산직’과 ‘연봉 3000만원 야근 없는 사무직’ 중 더 선호하는 직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생산직을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보다 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현장직과 기술직을 일컫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68%가 블루칼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보통’이라는 응답은 26%,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6%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응답은 5%포인트 늘어난 반면 중립과 부정 응답은 각각 4%포인트, 1%포인트 감소했다. 블루칼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연봉이 높아서’가 66%로 가장 많았다.

 

블루칼라 직종에 실제 지원할 의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는 ‘조건이 좋다면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고, 29%는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민되지만 가능하다’는 응답도 17%를 차지해 전체 응답자의 87%가 블루칼라 직무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한 직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직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블루칼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배경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대와 반도체 대기업 열풍이 보여주듯 노동시장 격차와 극심한 경쟁이 빚어낸 청년 실업이 이러한 흐름에 크게 한몫했을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과거보다 유연해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복잡하게 머리를 쓰는 일뿐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면서 “다양한 직업을 포용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