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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수수색 영장 받고도 몰랐다…기업은행, 182억 대출사기 눈뜨고 당해

금감원 지적받고서야 사고 인지…보고 후에도 19억 원 추가 대출 내줘 ‘내부통제 붕괴’ 지적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 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이 182억 원대 규모의 부동산 대출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로부터 구체적 혐의가 적시된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도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제때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9월 24일 기업은행에 수사 협조 의뢰와 함께 압수수색 영장을 발송했다. 영장에는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가짜 수분양자를 내세워 허위 분양계약서로 9억 6500만 원 규모의 대출을 타냈다는 구체적 혐의가 명시돼 있었다.

 

기업은행은 이튿날인 25일 해당 영장을 공식 접수했으나 금융사고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최초 인지 시점은 일주일 뒤인 10월 2일쯤이었다. 금감원이 영장 관련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야 접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은행 측은 같은 달 10일 금감원에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금융사고를 처음 공식 보고했다.

 

◆ 영장 전달에만 일주일…자체 점검선 “이상 없다” 결론

 

이후 대응 역시 부실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접수된 경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은 본부에 전달되기까지 일주일이 더 걸렸다.

 

자체 점검 기능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기업은행 검사부는 164억 8900만 원 규모의 관련 대출을 대상으로 여신심사와 담보 평가, 자금 흐름을 재점검했다. 점검 대상에는 동일 건물 내 여러 호실을 담보로 서로 다른 차주에게 대출이 실행된 사례나 제3자 자금 유입 정황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두 차례 점검에서 모두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렸다.

 

◆ 사고 보고 보름 만에 19억 추가 대출…피해액 182억 원으로 눈덩이

 

가장 뼈아픈 실책은 당국 보고 이후에도 추가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금감원에 첫 사고를 보고한 지 약 2주 뒤인 10월 24일쯤, 경기 남양주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19억 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추가로 실행했다.

 

해당 대출은 본부 심사를 거쳤음에도 결국 동일한 사기 수사 대상에 포함됐고, 전액 연체 처리되며 고스란히 사고 금액으로 얹어졌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사고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최초 보고 당시 9억 6500만 원(1건) 수준이던 사고액은 올해 6월 47억 8500만 원으로 늘었고, 8월에는 182억 2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전체 실행 대출은 12개 차주를 대상으로 한 14건, 총 244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이 중 담보 매각 등을 통해 62억 3900만 원만 회수됐을 뿐, 182억 2100만 원은 여전히 회수 불능 상태다. 현재 대손충당금으로 10억 9800만 원을 쌓아둔 상태이나 최종 손실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국회 제출 자료 혼선에…은행권 사기 피해액 중 ‘최대’ 불명예

 

의원실 제출 자료 관리에서도 허점이 노출됐다. 작성 중이던 미완성 파일이 섞여 들어가 다른 차주의 심사 내용이 표기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은행 측은 단순 편집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공적 자료 관리마저 해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개발업자와 브로커가 개입한 상업용 부동산 ‘작업 대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전체 금융권 피해액 1091억 1000만 원 중 기업은행 사고액이 182억 2100만 원으로 가장 컸다. 신한은행(173억 4000만 원), 우리은행(98억 7000만 원), KB국민은행(35억 80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경찰이 구체적인 사기 혐의와 대출 금액까지 적시한 영장을 보냈는데도 모르다가 금감원이 영장 접수 사실을 알려준 뒤에야 겨우 사고를 인지했다”며 “사고 인지 후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고 대출을 또 해주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