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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만 빼선 안 팔린다”…유통업계, 저당 넘어 ‘식이섬유’ 경쟁

유통업계의 ‘저당’ 경쟁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삼양사 제공
삼양사 제공  

단순히 설탕을 덜 넣거나 대체감미료로 단맛을 내는 수준을 넘어 식이섬유와 단백질 등 기능성 소재를 더하고, 설탕을 줄이면서 떨어질 수 있는 맛과 향까지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품 설계가 정교해지는 모습이다.

 

완제품을 만드는 식품회사뿐 아니라 알룰로스와 스테비아, 식이섬유, 향료 등을 공급하는 소재업체들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지난 8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식품 제조사 연구원 약 200명을 초청해 ‘스페셜티 식품 솔루션’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저당 트렌드와 당류 저감 솔루션을 비롯해 스테비아, 결정형 식이섬유, 기능성 연구, 향료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설탕을 대체하는 소재 하나를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완제품의 맛과 식감, 영양 설계까지 함께 해결하는 ‘솔루션 사업’에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삼양사는 현재 알룰로스 브랜드 ‘넥스위트(Nexweet)’와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파이버레스트(Fiberest)’ 등 고기능성 식품 소재를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는 식품 분야에서 알룰로스와 식이섬유를 기반으로 건강지향 솔루션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강조한 소재는 식이섬유 브랜드 ‘파이버노바(Fibernova)’의 결정형 프리바이오틱스 ‘케스토스(Kestose)’다. 케스토스는 프락토올리고당(FOS)을 99% 이상 함유한 결정형 식이섬유로, 초콜릿이나 크림처럼 수분 관리가 까다로운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양사는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식단에 식이섬유를 적극 추가하는 이른바 ‘파이버 맥싱(Fiber-maxing)’ 흐름이 확산하자 케스토스를 활용해 음료와 스낵, 당과류의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면서 당류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당 제품의 숙제인 ‘맛’도 소재 기술로 풀겠다는 전략이다.

 

삼양사와 국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스테비아 전문기업 퓨어서클(PureCircle by Ingredion)은 스테비아를 활용해 설탕을 줄이면서 특유의 쓴맛을 낮추고 단맛의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음료뿐 아니라 요거트·아이스크림·제과·베이커리·소스 등 적용 범위도 넓다.

 

지난 6월 삼양사가 인수한 소다 아로마틱도 저당 제품에서 부족해질 수 있는 풍미를 향료로 보완하는 솔루션을 이번 세미나에서 선보였다.

 

실제 완제품 시장에서도 ‘설탕 줄이기’는 주요 식품회사의 핵심 제품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식문화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건강 식단의 일상화’를 꼽고 저당·고단백·저탄수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햇반 라이스플랜’을 비롯해 저당 제품과 단백질 강화 제품 등을 늘리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은 10~70대 소비자 2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 저당·저염·저칼로리·고단백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웰푸드는 아예 ‘ZERO’를 별도 브랜드로 키웠다.

 

2022년 5월 처음 선보인 ZERO는 설탕과 당류를 사용하지 않은 디저트 브랜드로 출발해 쿠키와 초콜릿, 파이, 젤리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현재 제로 초콜릿칩쿠키, 제로 초코파이, 제로 후르츠젤리, 제로 아이스콘·모나카·바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설탕을 줄였을 때 무너지기 쉬운 식감과 풍미를 대체감미료와 배합 기술로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이섬유 강화’도 새로운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셀렉스 썬화이버 당솔브’를 앞세워 장 건강과 식후 혈당 관리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1회 섭취량에 식이섬유 5g을 담고 물이나 두유, 커피는 물론 밥과 국 등에 섞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올 상반기에는 ‘셀렉스 썬화이버 당솔브 애사비·보리차’ 2종도 출시했다. 구아검가수분해물을 넣은 기능성표시 일반식품으로, 무지방·무콜레스테롤·저칼로리로 설계했다. 식이섬유를 별도로 챙겨 먹는 제품에서 음료처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방식까지 시장이 넓어지는 셈이다.

 

매일유업은 이와 함께 ‘매일두유 고단백 저당두유’, ‘바리스타룰스 저당라떼’, ‘마이카페라떼 원데이 로어슈거’ 등 저당 제품군도 운영하고 있다.

 

업계가 저당을 넘어 식이섬유와 단백질, 향료 기술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설탕만 줄였다는 이유로 맛과 식감을 포기하는 제품은 선택받기 어려워졌다. 건강성을 높이면서 기존 제품과 비슷한 맛과 만족감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 소재업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과거 설탕·전분·밀가루 등을 공급하는 원료 사업자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완제품 제조사가 원하는 당도와 식감, 향, 식이섬유 함량에 맞춰 배합까지 제안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로·저당 시장이 설탕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맛과 식감은 물론 식이섬유와 단백질 등 추가적인 건강 가치까지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완제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별화된 소재와 배합 기술을 가진 기업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