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은 ‘가보지 않은 길’로 평가된다. 제도적 성격은 물론 규모 측면에서 모두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거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등 사용처를 두고 엇갈린 처방이 나오지만, 미래기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 성장 경로가 달라진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다가오는 국회 심의에서 특히 미래기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기금은 이례적으로 폭증하는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 고민에서 출발했다. 내년 국세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3626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415조4190억원) 대비 168조9435억원(40.7%) 늘어난다. 작년 실적(373조9193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세수가 200조원 이상 급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급증한 세수를 평소처럼 예산에 담을 경우 총지출이 27% 늘어나면서 재원이 소비성 지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증한 세수를 담을 별도의 ‘재정 저수지’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에 정부는 미래기금의 주요 재원인 162조3000억원(추가세수) 중 57조9000억원을 사업비 및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 사용하고 남은 재원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뒀다.
특수한 상황에서 대규모 재원을 바탕으로 신설되는 만큼 미래기금은 복합적으로 설계됐다.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대규모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세수결손이나 정책적 필요시 추경 없이 탄력 대응 등 사용처를 비교적 넓게 설정했다. 통상 기금은 출연금이나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특정 목적사업 수행을 위해 설치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례를 찾기 힘든 운용 형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미래기금을 ‘하이브리드 기금’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기금 출범으로 중앙정부 입김이 세지는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절감 재원을 미래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지방교부세 역시 내국세의 19.24%라는 연동제는 유지하되, 모수인 ‘내국세’를 ‘내국세-미래대응기금 적립액’으로 줄였다. 교육청과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경직적 구조가 바뀌거나 옅어지는 만큼 기금을 관할하는 중앙정부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재정(예산)은 숫자로 표현되는 정치 행위로 불린다. 정치는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 현대 재정사에서 ‘사건’으로 기록될 미래기금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의 미래기금 운용이 당초 취지와 달리 변질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촘촘한 감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각종 지출 사업이 포함됐음에도 정부가 세수결손 대응 기능 등을 감안해 이 기금을 ‘금융성 기금’으로 분류한 점도 감시망을 두껍게 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성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30%까지 기금운용변경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정부 자체적으로 변경이 가능해 사업성 기금(20%)보다 정부 재량이 크다. 각종 정치적 필요에 따라 운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정밀한 제도 설계로 사전에 막아야 한다.
전례 없는 추가세수로 조성되는 만큼 정부는 야당도 수긍할 만큼 기금 설계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국회 심의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일몰기한을 설정하는 등 전문가 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뒤 이날까지 반대 의견은 500개 넘게 올라왔다. ‘기획예산처 재량에 따라 부정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려의 목소리를 흘려듣지 말고, 이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