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대해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대구시장이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추 시장은 법적 기준에 따라 지방재원을 우선 배분한 뒤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9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추 시장은 전날 시청을 방문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과 면담을 갖고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차질 없는 출범을 위해 대구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추 시장은 기금 신설의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로 인해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행 지방교부세 기준에 따라 배분되는 재원이 축소될 경우, 시∙도 재정 운용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 시장은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지방에 배분해야 할 재원을 우선적으로 나눈 뒤, 나머지 내국세 증가분을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피력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자체의 주요 수입원인 취득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복지비와 인건비, 국비 지원 사업에 매칭되는 지방비 부담은 날로 늘어나는 만큼, 오히려 지방 재정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시장은 최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미래대응기금은 현재도 과도한 부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방재정 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규모”라며 “특히 인구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비수도권에는 지역 현안 사업의 축소와 필수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지방채 추가 발행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재정 관련 법들을 개정해 지방 몫의 재원을 빼앗아 미래대응기금으로 가져간 후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다시 배분하는 방식은 지방자치의 취지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뿐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내세우는 추가세수 및 초과세수 역시 불확실한 추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핑계로 지방정부의 혈세이자 자주재원인 30조5000억원을 중앙정부가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근본적인 모순이자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이번 계획이 지역 균형 발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지방재정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는 미래대응기금 재원 이관 계획은 그래서 상당히 문제가 많다”며 정부에 계획 철회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에 투자하겠다며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기금 조성이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져 지방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