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강명수 자살유족협회장 “유족, 직계 한정… 연인·동료 등 포함 법 개정 필요” [탐사기획-자살예방법, 살아남은 사람들]

“고위험군 예방사업 공백 없어야
원스톱지원 인력·예산확대 시급”

정부의 자살 유족 지원 사업은 1년 단위로 돌아간다. 12월에 끝나고 이듬해 3∼4월에야 다시 시작된다. 강명수(사진) 한국자살유족협회장은 이 서너 달을 가장 위험한 공백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봄이 왔는데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어떨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45년 전 어머니를 자살로 잃은 유족이자 심리상담가인 그는 2014년부터 자조모임을 이끌다 지난해 협회를 만들었다. 올해 정부는 자살 사망 신고가 들어오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유족을 상담하고 사후관리로 잇는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17개 시·도로 확대했다. 강 회장은 이를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서도 개입 이후를 이어 갈 사람과 돈은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경기 안양시 새중앙상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이 공백을 어떻게 없애나.

“고위험군 예방사업은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 끊어지지 않는 장기 관리 사업으로 가야 하고, 정부가 바뀌어도 위기 개입만은 5년, 10년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 대책에는 누가 할지, 어떤 돈으로 할지가 명시되지 않는다. 정책은 그 얘기까지 나와야 실행이다.”

―원스톱 서비스 이후의 사후관리가 안 되는 이유는.

“인력을 늘렸다지만 기초센터에 가 보면 많이 늘지 않았다. 현장 실무자들이 정규직이 아니라 이직이 잦다. 유족은 애도 중이라 불안정한 상태여서 대처가 쉽지 않은데 처우까지 좋지 않으니 사람이 자주 바뀐다. 그러니 유족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안 된다.”

―협회가 올해 유족 돌봄활동을 맡았는데.

“회복한 유족이 집 밖에 못 나오는 유족을 찾아가는 서비스다. 연 예산 5000만원으로 25∼30명을 생각했는데 37명이 신청했다. 활동가는 전국에 30여명이고 강원에는 한 명도 없다. 유족이 스스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찾아가야 한다.”

―법에서 바꾸려는 것은.

“두 가지다. 자살예방법의 유족 지원은 직계가족만 대상이라 사실혼 배우자, 친척, 직장 동료, 연인은 받을 수 없다. 유족의 정의를 넓혀야 한다. 또 흩어진 정신건강·치료비·법률 지원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유족지원센터를 법에 넣자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사별한 지 얼마 안 된 유족에게 한마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재난 같은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 건 부끄럽거나 연약한 일이 아니다. 일상을 회복하는 길에 많은 유족이 함께할 것이다.”

 

9월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5∼10명의 유족이 남는다. 영어권은 이들을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지 15년, 이 법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닿고 있는지 국내와 미국·독일·영국 현장에서 4회에 걸쳐 살핀다. 첫 회는 임세라 한국자살유족협회 이사를 8월19·27일 두 차례 만나고 여러 차례 서면으로 묻고 답한 내용에 남편·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 등과의 전화·서면 인터뷰 내용을 더해 재구성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준수하였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