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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시간’이 뭐길래…서울 시내버스, 8개월 만에 또 파업 위기 [이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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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산정 기준·임금 인상 놓고 이견
16일 파업 예고…서울시 비상수송 준비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첫 조정 테이블에 앉았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을 예고한 노조는 2차 조정회의 전이라도 주말을 포함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추가 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별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수송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과 임금 인상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지난 3월부터 2026년도 단체 교섭을 총 9차례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달 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11일 각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하고 15일 2차 조정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주변으로 노선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주변으로 노선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부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버스노조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측은 임금 인상 등 노조 요구에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추석 직전 파업으로 시민을 볼모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결단코 아니다”라며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파업 직전까지 기다리기보다 남은 기간 집중적으로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유 사무부처장은 앞서 본지와 통화에서도 “파업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파업 직전 급박하게 협의하기보다 집중 교섭과 조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다시 불씨…176시간 놓고 충돌

 

이번 갈등의 핵심은 지난 1월 파업 당시 해결하지 못한 통상임금 문제다. 노조는 올해 1월13∼14일 이틀간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 7000여대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첫날 운행률은 6.8%까지 떨어졌다. 출퇴근길 극심한 시민 불편이 이어지며 노사는 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임금 인상 등에 합의했지만 임금 체계 개편 문제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나온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박점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서 열린 지부위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점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서 열린 지부위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노사 입장이 갈린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다른 일부 쟁점은 파기환송했다. 

 

노조는 대법원이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본 판단을 유지한 만큼 서울 시내버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이를 반영하지 않아 지급되지 않은 임금도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일부 쟁점이 파기환송된 만큼 176시간 기준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니라며 209시간 또는 230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은 주휴시간 등을 포함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임금 체계를 우선 개편한 뒤 소송 결과가 176시간으로 확정되면 차액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동아운수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의 노조가 낸 같은 취지의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기준시간을 둘러싼 입장차는 실제 임금과 직결된다. 통상임금 시급은 월급을 월 근로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에 같은 월급이라도 기준시간이 짧을수록 시급이 높아지고 연장·야간·휴일수당 등도 늘어나는 구조다.

 

노사는 통상임금 산정 문제와 함께 올해 임금 협상에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새 판례에 따른 수당 지급과 별도로 올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5% 안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는 점도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사측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면 임금 상승효과가 이미 발생하는 만큼 추가 인상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파업 불참자 복지혜택 제한 논란…노조, 시 공문에 반발

 

협상 국면에서 지난 1월 파업 불참자의 학자금·복지포인트 지급 문제도 불거졌다. 노조는 이달 초 각 지부에 공문을 보내 1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을 학자금과 연말 복지포인트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노조 규약 제16조에는 단체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의 해외 시찰·견학 배정과 학자금·장학금 지급 등 복지·포상 권리를 별도 절차 없이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재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부처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버스노조회관에서 단체교섭 상황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재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부처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버스노조회관에서 단체교섭 상황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 방침이 전해지자 지난 파업에 불참했던 일부 버스기사들은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시는 노조의 지급 제한 조치가 “노동조합법 등에 저촉될 여지가 있으니 학자금 지급 현황과 민원 내용 등을 확인하고 법령 규정을 검토해 조치해 달라”며 사측에 공문을 보냈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지원금 집행을 잠정 유보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시가 공문을 보낸 배경에는 지원금의 관리 구조도 자리한다. 수입금공동관리협의회가 집행하는 금액은 시에 보고한 뒤 승인 절차를 거친다. 시는 법 위반 소지가 제기된 상황에서 별도 확인 없이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지급 중단을 지시한 것은 아니며 사실관계 확인 전까지 집행 유보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시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규약에 문제가 있다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나 법원 판단으로 다툴 사안이라고 분명히 했다. 노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가처분 또는 소송을 낸 사례도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1월13∼14일 파업과 관련된 것으로 이달 16일 예고한 파업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각 지부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생계 문제, 불참 경위 등 개별 사정을 고려해 판단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11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절차를 밟는다. 다만 노조가 15일 예정된 2차 조정회의 전에도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만큼 추가 조정을 통한 타협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는 16일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수송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되면 셔틀버스를 투입하고 지하철 운행을 늘리는 등 대체 교통수단을 가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