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새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을 위한 설계가 진행 중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김모 씨는 “집무실이 온다고 현재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미 수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 새롭지도 않거니와, 앞서 거듭 공전하다 보니 이번에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대통령 집무실이 내려온다고 해서 당장 정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거나 인구가 늘어날 거라고 믿는 이들은 드물다”고 전했다.
실제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대선이 치러지기 전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이전 공약을 꺼내자 세종 부동산 시장은 잠시 들썩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4월 넷째주 0.49% 오르며 당시 기준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5월 첫째주에도 0.40% 오르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이 장기 과제로 다뤄지면서 주간 상승률은 5월 말 0.10%까지 낮아졌고 7월에는 보합세를 기록했다. 1년이 지난 올해 8월 둘째주부터는 도리어 소폭 하락세다. ‘세종 천도론’에 달아오르는 듯했던 시장이 이내 식어버린 것이다.
“집무실만 지으면 뭐 하나요. 대통령이 실제로 내려와야죠.”
여론은 말로 표현되지만 부동산 시장은 돈으로 움직인다. 정책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도 시장이다. 각종 개발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세종에서 집무실이라는 대형 호재의 약발이 이렇게 빨리 사그라든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더 이상 ‘집무실을 짓느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실제로 내려와 일하느냐’였다. 건물이 생긴다고 그곳으로 기능까지 옮겨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에는 이미 이를 보여주는 전례가 있다. 바로 국무총리 세종집무실이다.
본 기자가 국무총리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리들의 전체 집무실 근무 가운데 세종집무실 근무 비율은 약 11%에 그쳤다. 10번 중 1번꼴이다. 세종에 엄연히 집무실이 있었지만 총리들의 업무 중심은 여전히 서울에 가까웠던 셈이다. ([단독] 균형발전 외치더니…서울서 일한 총리들 열흘에 하루만 세종行) 총리조차 안 내려오는데, 대통령은 다를까 하는 불신이 생기는 이유다. 설령 대통령 집무실이 계획대로 지어진다고 해도 대통령이 실제 얼마나 내려와 일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한 세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국 집무실 땅 주인만 돈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글까지 올라왔다.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된 거죠.”
그렇다면 세종은 언제부터 이렇게 의심이 많아졌을까. 한때 세종은 ‘행정수도’라는 말 한마디에도 집값이 요동치던 도시였다. 초저금리 시기였던 2020년 세종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은 35.76%에 달했다. 주요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 행정수도 완성과 국회∙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도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약속은 번번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화려한 청사진을 믿고 고점에 집을 산 주민들은 이후 집값 급락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호재가 나올 때마다 기대했다가 사업이 지연되면서 실망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시장에는 ‘이번에도 말뿐일 것’이라는 학습된 불신이 쌓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세종의사당이다. 2012년 세종시가 출범한 뒤 줄곧 국회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고 관련 법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세종의사당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세종에서 ‘언제 짓느냐’보다 ‘정말 짓기는 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요?”
이번 정부의 추진 의지는 이전보다 강하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을 세종집무실에서 마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물리적 일정상 임기 내 완공이 빠듯하다는 우려에도 임기 안에 마치라는 주문을 내리며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집무실 하나만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추진 중인 공공기관 이전과 통합도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기관은 사전 협의 없는 통합이라며 반발하고, 다른 기관들은 세종 이전 자체에 난색을 표한다. 국회 세종의사당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세종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화려한 건물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실제로 세종에서 일하고, 국회가 실제로 세종에서 회의를 열고, 이전하기로 한 기관이 실제로 내려와 직원들이 정착하는 것.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실질적인 업무가 모두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세종 이전 약속이 다시 신뢰를 얻는 방법도 거창한 게 아니다. 이미 내놓은 청사진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대통령 세종집무실의 진짜 완공일은 건물의 준공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그곳에서 제대로 일하기 시작하는 날인지도 모른다.
100투더세종…6편/투 비 컨티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