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보러 일본 나고야를 찾으려던 A씨는 숙소를 알아보다 예약창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평소라면 10만원 안팎이면 구할 수 있던 호텔 객실이 대회 기간에는 수십만원을 호가했기 때문이다.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드는 반면 가격표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경기 티켓값 못지않게 숙박비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된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나고야를 비롯한 아이치현 일대 호텔 객실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다. 호텔 데이터 분석업체 호텔뱅크가 메트로엔진리서치앤컨설팅의 온라인여행사(OTA) 공개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6년 아시안게임 기간인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아이치현 평균 객실가격(ADR)은 4만5900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700엔과 비교하면 65.5% 오른 수준이다. 특히 개막일인 9월 19일은 5만4000엔으로 지난해 같은 날의 2만7100엔보다 1.99배 높았다.
가격 상승에는 숙박 수요를 받아내는 대회 운영 방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회는 전통적인 선수촌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호텔과 임시 숙박시설, 크루즈선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숙박 수요를 분산시켰는데, 여기에 참가 규모까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민간 숙박시장에 예상보다 큰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AINAGOC)는 지난 8월 말 최종 등록을 마친 선수·임원이 1만7000명을 넘었다고 밝혔으며, 이는 당초 숙박시설을 준비했던 최대 1만5000명보다 많은 규모다.
◆“1만엔 안팎이던 방이 2만6000엔”…개막일 숙박비 2.6배
개막이 임박하면서 실제 예약창에 나타나는 가격 흐름은 더욱 선명하다. 호텔뱅크가 메트로엔진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나고야시 16개 구의 호텔을 분석한 결과, 대회 전 평일 객실의 최저 판매가격 중앙값은 대체로 9800~1만1000엔 수준이었지만 개막일인 9월 19일에는 2만6000엔, 다음 날인 9월20일에는 2만6400엔까지 올라갔다.
주말끼리 비교해도 차이는 뚜렷하다. 대회 전인 9월5일 토요일은 1만7900엔, 9월12일 토요일은 1만7500엔 수준이었지만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는 9월19일에는 2만6000엔으로 뛰었고, 9월26일에도 2만6100엔을 기록했다. 반면 폐막 다음 날인 10월5일에는 1만1800엔으로 내려가면서 대회 기간과 비대회 기간 사이의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호텔뱅크 분석에서 2026년 9월 나고야역이 있는 나카무라구의 추정 객실 평균판매가격은 2만200엔으로 지난해 9500엔보다 113% 높았고, 나고야 중심부인 나카구도 9500엔에서 1만7300엔으로 83% 상승했다. 대회장과 주요 경기장이 몰린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나고야 도심의 숙박 단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셈이다.
나고야 인접 도시의 객실 가격도 함께 올랐다. 도요하시의 9월 추정 객실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 7300엔에서 올해 1만4100엔으로 93.9% 올랐고, 기후는 7700엔에서 1만2800엔으로 65.6%, 구와나는 7600엔에서 1만900엔으로 44.0%, 욧카이치는 6700엔에서 9800엔으로 46.5% 상승했다.
◆선수촌 대신 기존 숙박시장으로…커지는 수요 압력
이번 아시안게임의 숙박 구조는 객실 가격이 오르는 배경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일반적인 국제종합대회에서는 선수와 임원이 한곳에 모이는 선수촌이 숙박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지만,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전통적인 선수촌 대신 호텔과 크루즈선, 임시 숙박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준비됐다. 당초 개최도시 계약상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할 숙박시설을 마련했지만 참가 규모가 이를 넘어섰고, 일부 팀 관계자들은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별도로 숙소를 확보하는 방식까지 동원됐다.
여기에 대회가 나고야시뿐 아니라 아이치현 곳곳에서 열리면서 숙박 수요가 움직이는 범위도 넓어졌다.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관람객과 원정 응원객까지 같은 기간 객실을 찾으면서 나고야 도심에 집중됐던 숙박 수요가 주변 도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고야에 방이 없으면 옆 도시로”…커지는 숙박 반경
주변 도시의 객실 가동률 전망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호텔뱅크가 같은 리드타임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아시안게임 기간 평일 예상 가동률은 도요하시 88.6%, 기후 80.5%, 구와나 78.6%, 욧카이치 71.5%, 오가키 67.2%까지 올라갔다. 대회 직후 평일과 비교하면 도요하시가 18.7%포인트, 오가키가 17.2%포인트, 구와나가 14.4%포인트, 욧카이치가 13.8%포인트, 기후가 13.4%포인트 높았다.
관람객 입장에서도 숙박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JTB는 아시안게임 경기 관람권과 숙박을 묶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종목과 일정에 따라 숙박지와 경기장의 거리가 상당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JR도카이투어즈 역시 관람권과 신칸센, 호텔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객실이라는 한정된 상품을 두고 선수단과 관계자, 관람객의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나고야와 주변 지역의 숙박시장이 대회 일정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나고야에서 경기를 보고 나고야에서 잔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