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만원 받으려다 사기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일부 직원의 주거비 지원금 부정수급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월 최대 7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실제 임대 조건과 다른 계약서를 회사에 제출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직원들이 제출한 주거비 지원 서류와 실제 임대 조건을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1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내 일각에서는 200명 안팎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정확한 조사 인원이나 부정수급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수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별 제출 서류와 실제 임대차계약 내용, 지원 기간과 금액, 허위 기재 여부와 고의성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33㎡ 넘는 집 살면서 ‘10평 미만’ 기재 의혹
주거비 지원 대상은 원거리 출퇴근이나 교대근무 등으로 별도 거처가 필요한 직원 가운데 33㎡(약 10평) 미만 오피스텔·원룸·1.5룸 등에 거주하는 경우다.
일부 직원이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실제와 다른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3㎡가 넘는 주택이나 투룸에 거주하면서 서류에는 면적을 줄이거나 주택 형태를 다르게 적었다는 것이다.
관리비 일부를 월세에 포함하거나, 실제 계약서와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보다 높은 월세를 적은 계약서를 낸 뒤 임대인에게 차액을 돌려받는 이른바 ‘월세깡’ 의혹도 제기됐다. 구체적인 수법과 부정수급 규모는 회사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부동산에서 먼저 제안”…책임까지 사라지진 않아
논란이 커지면서 회사 면담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를 받았다는 직원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주거비 지원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계약 내용을 바꾸는 방법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받은 지원금을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졸 3년 차인데 퇴사하기 무섭다”는 호소도 나왔다.
중개업자가 먼저 방법을 제안했다는 사정만으로 직원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허위 자료를 내 지원금을 받았는지, 직원이 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계약서 작성 과정과 직원이 실제로 알고 있던 내용, 중개업자·임대인의 개입 정도, 회사의 안내와 검증 방식에 따라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중개업자나 임대인이 부정수급 목적을 알면서 허위 계약서 작성이나 차액 반환에 가담했다면, 관여 정도에 따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나 교사·방조범 성립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허위 서류로 지원금 받았다면 ‘사기죄’ 쟁점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형사책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임대 조건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 허위 자료를 냈고, 이를 믿은 회사가 원래 지급하지 않았을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형법상 사기죄 성립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다만 계약서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 등 명의자의 동의 없이 기존 계약서의 면적이나 월세를 임의로 고치거나 명의를 무단 사용해 별도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사문서위조·변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가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 조건과 다른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내용이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그 계약서를 이용해 회사를 속이고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 각각 얼마나 가담했는지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대법원도 사문서 위조·변조 여부를 판단할 때 문서 명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이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지원금을 돌려준다고 해서 이미 이뤄진 행위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해 회복과 자진신고, 조사 협조 등은 형사처벌이나 회사 징계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부정수급 확인돼도 ‘해고’로 직결되진 않아
마찬가지로 부정수급이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자동 결정되지도 않는다. 고의성과 반복성, 부정수급 기간과 금액, 수법의 적극성, 다른 직원에게 방법을 권유했는지 여부, 기존 징계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삼성전자는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에 따른 지원금 환수와 징계, 형사고발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