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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칠게 협상하고 있다…우리 정부 고심 깊어”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을 통해 합의된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정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합의 사항을 놓고 미국 측에서 잇따라 다른 방안을 내놓은 것에 따른 일로 분석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최종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가운데,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디르크 호팅크(Dirk Gotink) 유럽의회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디르크 호팅크(Dirk Gotink) 유럽의회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10일 산업통상부와 여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동행했던 김 장관은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미국으로 향했다. 김 장관은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 머무르면서 대미투자 관련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미 정부 관계자 및 미국측 기업인들과의 접촉이 예상된다. 김 장관은 뉴어크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러트닉 상무장관의 자택이 뉴욕에 있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지난해 합의했던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사업의 1호 투자 규모 및 자금 집행 방식등을 놓고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협상에서 미국의 한국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불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선분야에 1500억달러, 전략적 투자에 2000억달러다. 

 

1호 프로젝트 후보로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참여가 사실상 확정됐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정부측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애초 강조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합리성’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중으로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참여는 확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간 협상 과정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미국측이 거칠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트럼프 스타일’이 그런 편”이라면서 “우리측 담당자들이 협상과정에서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호 사업 진행과정에서 최초에는 198억달러 가량의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미국 측이 추가 비용 등을 요구하면서 투자규모를 25% 이상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사업비를 223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하는 데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원전 8기·알래스카 가스관 투자 프로젝트 등을 놓고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데 미국측이 요구하는 투자규모가 2000억달러를 상회할 수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투자특수목적법인(SPV)법인 설립도 미국측의 반대로 다시 논의중이다. 이 법인은 1호, 2호, 3호 등 개별 프로젝트마다 설립된 법인에서 나오는 수익을 합쳐 관리하는 것으로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이익으로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은 이 사안에 대해 재논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이날 관련 보도에 대해 “대미투자 수익배분 구조 등은 한미간에 협의중인 사항”이라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양측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을 놓고 미국측이 ‘관세 원복’을 협상 카드로 꺼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투자를 약속하면서 상호관세를 낮췄기 때문에 미국이 협상 파기를 명분으로 다시 관세를 원래대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국이 투자자금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 미국은 대통령이 정하는 세율에 따라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