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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빈곤’까지 보듬어 자살 막는다

정부 ‘제6차 기본계획’ 윤곽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정책 확대
‘신청주의’ 벗어나 적극 개입 방침
‘긴급대응체계 강화’ 1순위 과제로
청소년 절반 이상 “유해 정보 범람
미디어·온라인 환경부터 개선해야”

자살예방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미디어·온라인’의 유해정보 대응을 꼽았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회가 함께 노력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신건강 중심이던 자살예방정책 범위를 채무, 빈곤·고립 등 사회·경제적 위험요인으로 확대하고 도움 요청을 기다리는 ‘신청주의’에서 벗어나 자살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개입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와 향후 5년간의 자살예방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회가 함께 노력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회가 함께 노력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900명으로, 하루 평균 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6.5%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정부가 15∼79세 3132명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대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살은 노력하면 막을 수 있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3년 61.7%에서 올해 73.2%로 11.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인지도는 69.3%, 자살예방센터 인지도는 77.2%로 조사됐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정책으로는 전체 응답자 중에서 자살 긴급대응체계 강화(40.0%)가 1순위로 꼽혔다.

다만 청소년의 51.9%는 미디어·온라인 환경 개선을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유해정보 노출에 대한 대응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노인의 경우 ‘자살수단·고위험 장소 안전관리’가 30.8%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2023년부터 시행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대해 “범정부 계획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복지부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6차 기본계획을 통해 부처별 대책 단절에서 벗어나 범부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빈곤·채무 등 사회 안전망까지 자살예방 정책을 확장할 계획이다. 24시간 자살 시도·사망 현황을 관리하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해 경찰과 소방, 자살예방센터 간 합동대응체계를 운영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만 지원하는 기존 신청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난다. 상담이나 치료에 동의하지 않거나 중단한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문·연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설득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살예방 전략을 청소년, 공무원, 감정노동자, 재난피해자, 범죄피해자, 유족 등 대상자 맞춤형으로 마련한다. 정신응급 입원 환자의 퇴원 후 자살 재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시군구의 지속적 관리를 의무화한다. 건강한 미디어·온라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자살유발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상시 모니터링하고 신속차단 긴급조치권을 도입한다.

정부는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7.3명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으로 낮춰 자살사망자를 1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