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중동전쟁 다시 격화… 브렌트유 한 달 만에 100弗 재돌파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전세계 동계 에너지 비상

101.21달러… 5월 이후 최고치
사우디, 호르무즈 막혀 阿 우회
원유 수출량 13년 만 최저 수준

후티, 홍해 입구 점령 ‘설상가상’
유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 고조
우크라전에 천연가스값도 급등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3% 넘게 급등해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와 갈등을 빚으며 바닷길이 막힌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석유 공급 부족 현상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전황이 악화하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메가와트시(㎿h)당 80유로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가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비상’에 걸렸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29달러(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5월22일 이후 최고치다. 종가가 100달러를 웃돈 것도 지난 7월23일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전 거래일보다 3.02달러(3.25%) 상승한 배럴당 96.0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3% 넘게 급등해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유정.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3% 넘게 급등해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유정.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연일 격화하고,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산유국인 사우디의 서쪽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등 원유 수송의 핵심인 중동의 두 개 해협이 모두 위험지대가 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320만배럴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급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까지 사우디의 일일 원유 수출량은 약 700만배럴 수준이었다.

 

사우디는 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해왔지만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우회로인 홍해 연안 항구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이 위험지대가 되며 사우디에서 수출한 원유가 아시아 지역으로 가려면 이제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통해 유럽 지중해로 나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운송비와 시간이 급증하면서 국제유가를 끌어 올리는 상황이다. NYT는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었던 사우디는 이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또 다른 시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후티가 홍해 전략적 요충지 장악을 성공하며 사우디의 어려움은 더 커지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예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가 홍해 입구 도시 모카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후티가 모카 남쪽 인근 도시인 두바브까지 추가 장악할 경우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육안으로 감시하고 지상군과 단거리 무기 등을 통해 공격까지 할수 있다. 해협 전체의 통제권이 후티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한층 장기화될수 있다.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형 AI 이미지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 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최고 6.8% 오른 80.99유로까지 상승했다. 이후 79유로 수준으로 상승폭을 약간 줄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당시의 최고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란 전쟁 발발 직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가스 가격은 최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러시아 국경에서 약 3000㎞ 떨어진 러시아 야말로네네츠 지역의 푸롭스키 지구와 노비우렌고이에 있는 가스 처리시설을 공격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격을 받은 야말 액화천연가스(LNG)는 여전히 유럽 수요의 5%를 차지하고 있다. 플로렌스 슈미트 라보뱅크 선임 에너지 전략가는 “러시아 야말 LNG 시설에 지속적인 손상이 있다면 카타르산 LNG 생산이 재개되지 않는 한 유럽은 심각한 공급 차질과 값비싼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에 대해 우리 정부는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현재 원유 공급의 경우 10월까지 전년 대비 90% 이상 물량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다만 “실제 국내 공급에 문제가 없는지 재차 점검하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11월 이후 물량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