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재이주’ 구상을 두고 “인종청소”라며 정면 비판했다. 최근 AfD가 동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나온 발언으로, 중도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메르츠 총리가 AfD의 급성장에 맞서 정치적 경계선을 강조하며 정면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AfD의 ‘재이주’ 공약을 겨냥해 “출신과 피부색을 기준으로 한 인종청소의 동의어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AfD는 난민 신청 기각자와 체류 자격이 끝난 이민자에 대한 강제 송환, 추방 전 구금 등 공약을 내세우며 앞선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 AfD를 상징하는 공약을 메르츠 총리가 공개적 발언으로 반박한 것이다.
AfD 의원들 사이에서는 거센 항의가 터져 나왔지만, 메르츠 총리는 이민자 강제 추방이 독일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요양원·병원·식당 등 독일의 주요 산업과 서비스 분야가 이주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fD는 이에 대해 메르츠 총리가 당의 정책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이민자 출신 자체가 아니라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법을 지키는 등 독일 사회에 기여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바이델 대표의 이날 설명과 달리 AfD가 주장하는 ‘재이주’의 범위가 불법체류자나 추방 대상자에 국한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AfD는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공약에는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억제하고, 외국인 숙련인력 대신 기술·디지털화·인공지능(AI)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난민 자녀들을 별도 학급에서 교육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AfD의 친러시아 성향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드론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는데도 AfD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한결같이 러시아 편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메르츠 총리는 이날 9·11 테러 25주년을 계기로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취소했다. 메르츠 총리 측은 독일 국내 정치와 특히 선거에 대한 외국의 개입이나 논평에 줄곧 반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AfD의 작센안할트 선거 승리를 “정말 커다란 승리”라고 평가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