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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합리성’ 무시… 美 ‘더 내라’ 압박에 투자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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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김정관, 담판 결과에 촉각
정부 관계자 “美 거칠게 협상 진행”
1호 프로젝트부터 금액 확대 요구
당초 2000억弗 규모 넘어설 수도

美, 투자특수목적법인 설립도 반대
수익배분 구조 등 재논의 요구 나서
WSJ “이르면 내주에 합의 발표
에너지에 1000억달러 이상 투자”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을 통해 합의된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내놓으면서 양국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기존 합의 내용에서 벗어난 데다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투자 방안들을 잇달아 제시한 탓이란 관측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동행 일정을 마치자마자 곧장 미국으로 향한 것도 막판 협상 조율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대미 투자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정부 측 관계자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측이 거칠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트럼프 스타일’이 그런 편”이라며 “우리 측 담당자들이 협상 과정에서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강조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합리성’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고,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참여는 확정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것이다. 앞서 1호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198억달러가량으로 예상됐으나 미국 측이 추가 비용과 함께 투자 규모를 25% 이상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보였음에도 미국 측이 이를 고집하면서 223억달러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요구에 따라 2호·3호 프로젝트로 거론되는 대형 원전 8기 건설(1200억달러)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670억달러)까지 합치면 지난해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투자재원 한도를 넘어서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조선 분야 1500억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알래스카 LNG사업은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해 대미 투자의 주요 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막판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외신에서도 협상 진전 신호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 미국이 원전 8기와 천연가스 프로젝트 등 에너지 분야에 1000억달러(약 134조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에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다음주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 규모가 약 200억달러로 텍사스주에 건설될 발전소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참여를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이번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알래스카 LNG사업을 놓고 미국 측과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투자특수목적법인(SPV) 설립도 미국 측 반대로 다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PV는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합쳐 관리해 한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런 내용의 언론 보도에 산업부는 “대미 투자 수익배분 구조 등은 한·미 간에 협의 중인 사항”이라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 측이 ‘관세 원복’이라는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국이 지난해 11월 합의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국이 투자자금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 미국은 대통령이 정하는 세율에 따라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김 장관은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만나 대미 투자 관련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르면 18일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29∼30일 첫 투자금을 미국에 보낼 계획으로 전해진 만큼 김 장관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