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지바 사토시/ 김종현 옮김/ 부키/ 2만2000원
일본의 생명과학자이자 도호쿠대 교수인 지바 사토시가 과학의 언어를 빌렸지만 실상은 편견과 이념, 상업적 이해관계에 기대는 ‘가짜 과학’을 해부한다. 그는 과학을 부정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적’이라는 표현 자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진화학·유전학·생태학을 중심으로 “백신은 오히려 해롭다”,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다”, “인간도 품종 개량할 수 있다” 등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지만 근거가 빈약하거나 왜곡된 주장들을 살핀다. 이 같은 주장이 실제로는 불완전한 연구 결과의 과장, 통계의 오독, 정치적 의도의 개입, 오래된 편견의 재포장일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저자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과학이 말했다’는 표현이 만들어 내는 권위다. 숫자와 그래프, 전문용어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주장을 쉽게 신뢰한다. 그러나 과학은 단일한 결론을 선언하는 장치가 아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반박과 수정을 거쳐 지식을 갱신해 가는 방법이다. 저자는 과학적 지식의 잠정성과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과학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는 탈진실과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더욱 유효한 문제의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자극적인 연구 결과 한 줄이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복잡한 맥락과 연구의 한계는 쉽게 사라진다. 건강·환경·교육·사회정책처럼 개인의 선택은 물론 공적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야일수록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저자는 모든 과학을 의심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말하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하는지, 반대되는 증거는 무엇인지, 결론이 실제 연구 범위를 넘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를 독자 스스로 묻도록 한다.
저자는 “이 책은 언뜻 과학적으로 옳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할 수 없거나 잘못됐으며, 유해하거나 아예 과학이 아닌 주장에 초점을 맞춘다”며 “권력, 미디어, 편견, 이데올로기, 과신하거나 위장된 객관성 그리고 이에 사로잡힌 과학자가 어떻게 과학을 훼손하고 사회에 불이익을 초래하는지를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