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3선 개헌’이 남긴 진짜 적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국회의원의 총리·장관 겸직 불가 규정 철폐
의원 권력 연장 위한 입법부 무마 수단 지적

이재명 대통령은 현행 대통령 단임제 등 권력 구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의원내각제 개헌에는 선을 그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각제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힌 것이다. 내각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과반 다수당에 속한 국회의원들 중에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장관)을 뽑는 것이다. 이재명정부 1기 내각은 전체 21명 가운데 총리(김민석)와 장관(정동영·정성호·안규백·윤호중·김성환·김윤덕·전재수·박홍근)을 더해 9명이 현직 의원이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개인 비리가 드러나 낙마한 강선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됐다면 무려 10명이다. 내각 구성원 절반가량이 의원이면 사실상 ‘의원내각제’ 아닌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0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총리 등 최고위급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5년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로 확대됐다. 그 이후 생겨난 말이 바로 ‘의원 불패’다. 현직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경우 여야를 불문하고 동료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에 힘입어 청문회 통과가 쉽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정치 양극화기 극심해지고 여야가 서로를 무슨 ‘악마’처럼 대하며 맹비난하는 요즘 의원 불패는 더는 유효한 용어가 아닌 듯하다.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용혜인(36)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기자회견을 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入閣)을 하게 되면 의원직은 내려놓는 오랜 관행에도 불구하고 용 후보자는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란 말로 의원 사퇴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당을 떠나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가는 편법에 의존해 재선 의원이 된 점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지금 2030세대가 용 후보자를 ‘나이만 젊을 뿐 기득권에 찌든 노회한 정치꾼’으로 여기며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도 말이다.

 

지난 2025년 10월1일 기존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됨에 따라 새 현판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5년 10월1일 기존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됨에 따라 새 현판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1969년 이뤄진 이른바 ‘3선 개헌’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3연임 허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관련 규정과 함께 개정된 조항이 하나 더 있다. 직전 1963년 헌법에는 ‘국회의원은 총리, 장관 등을 겸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이 있었다. 3선 개헌 때 이 ‘족쇄’를 풀어 의원의 총리·장관 겸임을 허가했다. 이는 의원들한테 일종의 ‘당근’을 던져준 것으로 풀이된다. “권력 연장을 위한 입법부 무마 수단”(서경교 한국외대 명예교수)이란 해석이 정확해 보인다. 지금 용 후보자는 바로 이 점을 근거로 들어 ‘나는 장관도, 의원도 다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다. 거의 60년 전 3선 개헌의 유령이 여의도 일대를 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