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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호주전 기적’을 선물했던 SSG 조병현, 완벽한 9월을 보내며 우리가 알던 국가대표 마무리로 돌아왔다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인천=남정훈 기자] SSG의 우완 불펜 요원 조병현(24)은 풀타임 마무리 첫해였던 지난해 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거듭났다. 2024시즌 중반에 마무리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조병현은 지난해 69경기에 등판해 5승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을 기록했다. 세이브 수치 자체는 리그 4위였지만, 10개 구단 마무리를 통틀어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가장 안정적인 클로저였다.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에서 내려찍는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는 스피드 면에서는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워낙 높은 위치에서 공을 내려찍어 던지기 때문에 수직 무브먼트가 워낙 뛰어나다. 역동적인 투구폼과 디셉션도 좋아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올해 봄에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각 구단 마무리가 다 모였음에도 마지막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그였다. 한국의 8강 진출이 걸려있던 호주전은 5점차 이상 및 2실점 이하로 승리해야만 하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지만, 조병현은 6-2로 앞선 8회말 1사 1루에 등판해 9회까지 1.2이닝을 볼넷 두 개만 내주고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역투하며 한국의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을 이끌었다.

 

SSG를 넘어 대한민국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으니 올 시즌에도 조병현에게는 꽃길만 주어질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3~4월에는 9경기에서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0.87로 순항했다.

 

그러나 5월 들어 갑작스런 제구 난조에 시달리면서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5월 성적만 떼놓고 보면 11경기 9.1이닝 13피안타 6볼넷 사구 2개. WHIP은 무려 2.04에 달했고, 당연히 평균자책점도 6.75로 높았다. 세이브는 단 1개에 불과했고, 패전을 3개나 기록했다. 개막 전 WBC에서 많이 던진 여파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밸런스가 깨지면서 조병현 특유의 팔각도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고, 릴리스 포인트도 흔들리면서 제구도 무너졌다.

 

마무리 조병현이 흔들리자 팀 전체 마운드가 흔들렸고, SSG는 5월에만 5승1무20패로 승패마진을 –15를 기록했다. 9월10일까지 SSG의 시즌 성적은 54승5무68패로 승패마진은 –14다. 5월의 부진이 SSG의 한 해 농사를 그르친 셈이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조병현의 부진은 일시적이었다. 6월부터는 예전의 위력을 되찾았다. 6월 1승1패 4세이브 0.96, 7월 3세이브 2.00, 8월 4세이브 3.68을 기록했다. 6~8월에 조병현의 피안타율은 월별로 2할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9월 들어 더욱 완벽해졌다. 우리가 알던 조병현으로 돌아왔다. 9월 5경기에서 4세이브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0이다. 5이닝 동안 내준 피안타는 딱 2개. 볼넷은 없고, 사구만 1개일 정도로 제구도 완벽하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조병현은 피안타 1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불펜에서 선발로 전향한 후배 이로운(6.2이닝 무실점)의 데뷔 첫 선발승을 지켜줬다.

 

이튿날인 10일 인천 한화전. 조병현은 4-3으로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연투였지만, 조병현의 구위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직구 구속은 150km를 넘지 않았지만,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조병현의 직구를 정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페라자는 3루 라인드라이브, 김태연은 삼진, 허인서는 중견수 플라이.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페드로 아빌라의 시즌 6승째를 지켜줬다. 아울러 조병현도 20세이브째를 신고하며 2년 연속 2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경기 뒤 조병현은 20세이브 달성에 대해 “세이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수들이 잘 막고, 타자들이 점수를 만들어줘야 한다. 2년 연속 20세이브는 팀 동료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틀 연속 한 점 차의 터프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으니 긴장감은 더욱 컸을법 했다.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라가면 긴장이 되지만 어제도 한 점 차 상황에서 올라갔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긴장됐던 것 같다”라면서 “지난번에 한화 페라자 선수에게 홈런을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더 강하게 던지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구속을 올린다는 생각보다 자신 있게 던지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니까 구속도 올라오고 자신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조병현은 다음주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으로 일본 나고야로 향한다. 태극마크에 대해 그는 “대표팀이라는 자리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당연히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경기를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