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가 8개월 만에 다시 멈춰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은 11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파업안이 가결되고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마저 결렬되면 노조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 위기의 중심에는 버스 기사의 ‘시간당 임금’을 어떻게 계산할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놓고 176시간과 209시간, 230시간 등 세 가지 수치가 거론된다.
양측은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여론전 수위도 끌어올렸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176시간을 적용할 경우 임금과 재정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놓고 엇갈린 계산을 내놨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모두 반영하면 근속 22년 이상인 최고 9호봉 기사의 연봉이 8509만원에 달하고, 해마다 5000억원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근속 22년 이상인 9호봉 기사 한 명의 실제 총급여가 5554만원이었고 추가 비용 계산도 성격이 다른 사업비까지 합쳐 부풀린 것이라고 맞섰다.
◆사측 ‘고연봉’ 공세에…노조, 급여자료로 맞불
노조는 이날 9호봉 기사 한 명의 2025년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했다. 자료에 적힌 연간 총급여는 5554만6533원이다.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을 뺀 실수령액은 연 4500만원대, 월평균 380만원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조가 급여자료를 공개한 배경은 전날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사측)의 입장문에 ‘연봉 8509만원’이라는 숫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176시간 적용과 올해 시급 7.85%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바꾸면 7.85%와 별도로 16.44%의 임금 인상 효과가 생긴다고 계산했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2025년 기준 6870만원인 9호봉 운행 사원의 연봉은 1639만원 오른 8509만원 이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해당 기사가 8509만원을 받으려면 기존 월 근로시간 259시간에 66시간을 더해 총 325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측이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산출한 금액을 일반적인 기사 연봉처럼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노사가 제시한 각각의 금액은 산정 조건이 다르다. 8509만원은 노조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졌을 때 예상되는 금액이고 5554만원은 현행 임금체계에서 특정 기사 한 명이 실제로 받은 총급여다.
◆176·209·230시간?…통상임금 기준 놓고 충돌
이번 갈등의 핵심은 지난 1월 파업 당시 매듭짓지 못한 통상임금 문제다. 노사는 당시 임금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임금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월 통상임금을 기준시간으로 나눠 통상시급을 구하기 때문에 나누는 시간이 짧을수록 시급과 각종 수당이 늘어난다. 같은 월급이라도 176시간을 적용하면 209시간이나 230시간으로 나눌 때보다 통상시급이 높아지는 구조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산정 기준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연장·야간근로시간 등 일부 쟁점은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76시간은 하루 8시간씩 월 22일 근무한 소정근로시간을 반영한 수치다.
노조는 파기환송된 쟁점이 기준시간과 무관해 176시간 판단은 이미 확정됐다고 본다. 반면 사측은 사건이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 중이고 부산고법과 창원지법 등에서는 하루 9시간 근무를 반영한 230시간을 인정한 판결도 나온 만큼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운수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의 노조가 낸 같은 취지의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사측은 지난달 임금교섭에서 기준시간을 다른 광역시와 같은 209시간으로 개편하는 조건으로 10.32%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209시간은 주 40시간과 유급 주휴시간을 월 단위로 환산한 수치다. 법원이 176시간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차액을 소급 지급하고 230시간을 인정하면 추가 지급분을 반환·정산하자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노조는 209시간을 적용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사실상 ‘임금 동결’이라며 거부했다.
사측은 ‘동아운수 판결에 따라 체불임금을 해결하기로 약속했다’는 노조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조건부 정산안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섭 결렬과 파업을 선언해 합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의문에 없는 내용을 이제 와 약속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사측 “5394억원 추가”…노조 “무관한 비용 합산”
비용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시급 인상분 1175억8000만원과 통상임금 증가분 2776억1000만원 등 연간 5394억7000만원이 추가로 든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노조는 5394억7000만원에 통상임금과 직접 관련 없는 정비·사무직 임금 조정, 운전직 개근수당, 고용보장, 차량 풋블랙박스 설치비 등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준공영제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부산·창원·인천·대구·울산 등은 대법원 판결과 준공영제 취지에 맞춰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올해 별도 임금 인상에도 합의했지만 서울시와 사측은 재정 부담만 부각하며 판결 이행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지역별 산정 기준과 임금 인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시는 파업에 대비해 셔틀버스를 투입하고 지하철 운행을 늘리는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측도 일부 노선·구간의 정상 운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조는 15일 2차 조정회의 전이라도 주말을 포함해 추가 조정에 나서 달라고 서울지노위에 요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