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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 클론으로 ‘피노 왕자’ 등극한 뉴질랜드 와이너리는 어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에스카프먼트 수석 와인 메이커 팀 본 인터뷰

래리 맥케나 1999년 마틴버러에 와이너리 설립

쿠페 피노 누아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 7위 올라

2014년 ‘뉴질랜드 와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

홀번치 적극 사용해 구조감·복합미 끌어 올려 

 

에스카프먼트 수석 와인메이커 팀 본.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수석 와인메이커 팀 본. 최현태 기자

뉴질랜드에 ‘피노 누아의 왕자” 또는 ‘피노 누아의 대부’라 불리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북섬 남동쪽 끝자락 와인 산지 와이라라파(Wairarapa)에 있는 마틴버러(Martinborough)의 충적 자갈토에 부르고뉴를 옮겨 심겠다는 꿈을 현실로 일군 남자의 이름은 래리 맥케나(Larry McKenna). 그가 맨땅에서 일군 와이너리 에스카프먼트(Escarpment)는 지금도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기준점으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대단합니다. 맥케나는 2022년 은퇴했지만 그의 ‘손맛’은 시니어 와인메이커 팀 본(Tim Bourne)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마틴버러 피노 누아의 전설을 이어갑니다.

 

뉴질랜드 와인산지. 뉴질랜드와인협회
뉴질랜드 와인산지. 뉴질랜드와인협회
와이라파파 산지의 마틴버러 위치.
와이라파파 산지의 마틴버러 위치. 
에스카프먼트 위치. 홈페이지
에스카프먼트 위치. 홈페이지

◆‘피노 왕자’가 남긴 부르고뉴의 꿈

 

래리가 ‘피노 누아 왕자’로 불린 이유가 있습니다. 래리는 1980년 설립된 마틴버러 최초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마틴버러 빈야드(Martinborough Vineyard)에 1986년 수석 와인메이커로 합류합니다. 마틴버러에 정식으로 양조학을 공부한 와인메이커가 나타난 건 래리가 처음이었습니다. 그가 오기 전까지, 마틴버러는 은퇴한 공무원과 와인 애호가들이 취미 삼아 포도를 재배하던 동네에 가까웠습니다.

 

에스카프먼트 설립자 래리 맥케나. 래리 매케나 엑스
에스카프먼트 설립자 래리 맥케나. 래리 매케나 엑스

래리는 1976년 로즈워시(Roseworthy) 농업대학을 졸업한 뒤 오클랜드의 델레가트 와인 에스테이트(Delegat's Wine Estate)에서 10년 동안 와인 양조 경력을 쌓았습니다. 다만 피노 누아만큼은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1986년 마틴버러 빈야드로 옮겨 처음 빚은 피노 누아가 곧바로 뉴질랜드의 와인 컴피티션에서 금메달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냅니다. 13년 동안 수석 와인메이커로 활약한 뒤 래리는 1999년 호주 투자자 로버트 커비(Robert Kirby)와 손잡고 마틴버러 테 무나 로드(Te Muna Road)에 에스카프먼트를 설립, 마틴버러를 세계적인 피노 누아 산지로 전 세계 와인업계에 각인시킵니다.

 

에스카프먼트 테 무나 로드 포도밭 전경.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테 무나 로드 포도밭 전경.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싱글빈야드 쿠페 피노 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싱글빈야드 쿠페 피노 누아. 페이스북

이런 공로로 그는 2014년 뉴질랜드 와인 명예의 전당에 ‘뉴질랜드에서 제대로 된 피노 누아를 생산한 와인메이커’로 헌액됩니다. 특히 그가 만든 싱글빈야드 쿠페(Kupe) 피노 누아 2013 빈티지는 2015년 발표된 와인 스펙테이터 톱 100 7위에 올랐는데, 이는 뉴질랜드 피노 누아가 처음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린 사례로 꼽힙니다.

 

2019년 호주 바로사 밸리의 토브렉 빈트너스(Torbreck Vintners)가 에스카프먼트를 인수했고 래리는 2022년 은퇴합니다. 지금의 그의 곁을 오래 지킨 시니어 와인메이커 팀 본과 포도재배 책임자 로언 호스킨스(Rowan Hoskins)가 에스카프먼트의 명성을 잇고 있습니다.

 

팀 본(왼쪽), 비티컬처 매니저 로언 호스킨스(Rowan Hoskins). 페이스북
팀 본(왼쪽), 비티컬처 매니저 로언 호스킨스(Rowan Hoskins).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전경.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전경. 페이스북

◆지리학도에서 와인메이커로, 팀 본의 여정

 

최근 한국을 찾은 팀을 만났습니다. 그는 사실 와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팀은 졸업 후 몇 년 동안 일과 여행을 반복하며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와 2009년 우연히 말버러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에 있는 와이너리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에서 처음 와인을 만들어본 뒤 와인에 완전히 빠져듭니다. 이에 팀은 호크스베이(Hawke's Bay)의 이스턴(Eastern) 공과대학에서 양조학 대학원 과정을 다시 밟습니다.

 

에스카프먼트 양조 철학을 설명하는 팀 본 시니어 와인메이커.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양조 철학을 설명하는 팀 본 시니어 와인메이커. 최현태 기자

팀은 졸업 후 피노 누아로 유명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로 달려가 와이너리 차드 팜(Chard Farm)에선 포도밭 육체노동을, 애미스필드(Amisfield)에선 와인을 설명하고 대접하는 방법을 익힙니다. 그는 “단체 손님을 상대로 시음 응대를 해야 했던 경험이 훗날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봅니다.

 

이후 남호주 바로사밸리(Barossa Valley)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투 핸즈(Two Hands)를 거쳐 선즈 오브 에덴(Sons of Eden)에서 설립자이자 와인메이커 코리 라이언(Corey Ryan)을 만납니다. 팀은 이곳에서 7년 가까이 일하면서 양조 경험이 풍부한 코리를 통해 좋은 와인을 빚는 결정적인 노하우를 터득합니다. 코리는 호주 헨쉬케(Henschke), 펜폴즈(Penfolds), 뉴질랜드에서 빌라 마리아(Villa Maria)를 거친 베테랑으로 2007년 뉴질랜드 와인스테이트 올해의 와인메이커(Winestate Winemaker of the Year), 2013년 바로스 오브 바로사(Barons of Barossa)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된 인물입니다.

 

에스카프먼트 피노 누아 홀번치.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피노 누아 홀번치. 페이스북

◆홀번치로 만드는 복합미

 

에스카프먼트 피노 누아의 뼈대는 줄기에서 나옵니다. 포도송이째 발효하는 홀 번치 양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와인에 여러 겹의 향과 단단한 탄닌 구조를 불어넣습니다. 정향, 후추, 팔각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도드라지고 타임, 로즈마리 같은 말린 허브 향이나 녹차, 홍차 같은 뉘앙스가 생깁니다. 여기에 젖은 낙엽, 버섯 같은 세이버리한 복합미가 더해지고 장미꽃잎, 제비꽃 같은 은은한 플로럴 노트가 살아납니다. 단, 줄기가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홀번치를 쓰면, 풋내나 쓴맛이 나 와인을 망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도와 양조 솜씨가 매우 중요합니다.

 

에스카프먼트 마틴버러 포도밭.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마틴버러 포도밭. 페이스북
팀 본 수석 와인메이커. 페이스북
팀 본 수석 와인메이커. 페이스북

이는 래리가 부르고뉴의 도멘 뒤작(Domaine Dujac)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배워 온 방식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홀번치 사용은 유행이 아니라 에스카프먼트가 처음부터 지켜온 스타일이라는 게 팀의 설명입니다. 다만 비율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한때 70%에 달했던 홀번치 비율은 지금은 45% 안팎으로 낮아졌습니다.

 

“추출 방식 자체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하루 세 번씩, 여덟 시간마다 펀치다운을 할 만큼 거칠게 추출했어요. 그때 만든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 근사하게 익어갔지만 어릴 때는 마시기 힘들 정도로 너무 단단했습니다. 이에 2022년 수석 와인메이커를 맡은 뒤로는 이런 추출 방식을 크게 바꿔, 지금은 훨씬 부드러운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답니다.” 친환경 농법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입니다. 에스카프먼트는 2019년 공식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취득하며, 지속 가능한 농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황가루아강 주변의 마틴버러 테라스 전경. 페이스북
황가루아강 주변의 마틴버러 테라스 전경.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Escarpment)라는 이름은 고원 끝에 길고 가파르게 이어진 경사면을 뜻합니다. 홈 빈야드는 마틴버러 마을에서 동쪽으로 불과 몇 분 거리로 테 무나 로드에 자리합니다. 황가루아강(Huangarua) 강변을 따라 24ha에 이르는 계단식 포도밭이 펼쳐져 있는데, 토양은 2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강이 만들어낸 충적양토 위에 매우 깊은 자갈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입니다. 배수성이 탁월해 포도나무가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고, 이 과정이 건강하고 품질 좋은 포도를 키우는 핵심 조건이 됩니다.

 

기후는 여름에도 섭씨 30도를 거의 넘지 않을 만큼 서늘합니다. 마틴버러 마을 중심부보다 고도가 15~20m가량 높고, 이웃한 드라이 리버(Dry River)보다도 50~60m 더 높은 지대라 그만큼 더 서늘합니다. 실제로 수확 시기도 드라이 리버보다 2주가량 늦습니다. 포도가 천천히 익는 만큼 풍부한 과실 풍미와 훌륭한 산도, 고운 질감의 탄닌이 균형을 이룹니다.

 

에스카프먼트 싱글빈야드 피노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싱글빈야드 피노누아. 페이스북

◆네 개의 포도밭, 저마다 다른 얼굴

 

에스카프먼트의 싱글 빈야드 와인은 저마다 다른 땅에서 나옵니다. 품종명 대신 밭 이름을 앞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포도밭 위치가 달라 모두 다른 테루아를 지닌  4개의 싱글빈야드는 확연하게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쿠페는 힘이 넘치고, 테 레후아는 화려하고 풍만합니다. 키와는 향신료향이 두드러지고 파히는 가장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합니다. 에스카프먼트 와인은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에스카프먼트 쿠페.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쿠페.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쿠페(Kupe) 피노 누아

 

에스카프먼트 플래그십 와인으로 마틴버러를 처음 발견한 마오리족 탐험가 쿠페(Kupe)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1999년 처음 식재된 쿠페 빈야드는 깊은 충적 자갈층에 마틴버러 특유의 덥고 건조한 여름이 더해져 힘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와인이 탄생합니다.

 

잔을 채우는 향은 라즈베리 쿨리와 블랙체리, 잘 익은 자두, 레드커런트 같은 화려한 과실 향이 주축을 이루고, 그 뒤로 삼나무와 백단향, 토스티한 새 오크가 밀크초콜릿이나 모카 같은 풍미를 얹습니다. 줄기째 발효하는 홀번치 양조가 주는 향신료와 야생 버섯, 젖은 흙내음, 은은한 말린 장미꽃잎 향이 겹겹이 쌓이며 복합미를 완성합니다. 입안에서는 단단하게 움켜쥐는 촘촘한 탄닌이 이 와인의 뼈대를 이룹니다. 마틴버러 묵직한 힘이 느껴지면서도 산뜻하고 우아한 산미가 끝까지 균형을 잡아줘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목 넘김 뒤에는 초콜릿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세이버리한 잔향이 길게 이어집니다.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와 같은 계통으로 알려진 아벨(Abel) 클론 100%를 사용합니다. 숯불에 구운 양갈비나 오리 가슴살 로스트, 갈비찜처럼 힘 있는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에스카프먼트 테 레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테 레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테 레후아(Te Rehua) 피노 누아

 

테 레후아 빈야드는 1990년 당시 구할 수 있는 모든 피노 누아 클론을 모아 1.1ha 부지에 무작위로 심은 밭입니다. 식재 당시부터 다양한 클론을 뒤섞어 심은 덕분에 완성된 와인에서도 복합적인 과실 풍미가 층층이 드러납니다.

 

싱글 빈야드 시리즈 중 가장 화려하고 풍만하면서도, 조용히 강력한 힘을 지닌 스타일로 꼽힙니다. 블랙체리, 다크베리, 자두, 오디 같은 짙은 검붉은 과실 향이 풍성하게 피어오르고,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다크초콜릿, 모카의 묵직한 달콤함에 파프리카와 계피 같은 스파이시함이 교차합니다. 숲 바닥, 홍차, 말린 허브, 감초, 블랙올리브 향이 겹겹이 쌓이며 정교한 향의 결을 만듭니다. 입안을 코팅하듯 감싸는 촘촘하고 단단한 탄닌이 돋보이고 감칠맛과 부싯돌 같은 미네랄이 풍부한 과실미와 균형을 이루며 신선한 산도가 긴 여운을 이끕니다. 뼈대가 단단해 디캔팅을 하면 풍미가 더 살아납니다. 꿩이나 메추리, 사슴 같은 야생육 요리, 허브를 곁들인 양갈비 로스트나 숙성 치즈, 버섯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에스카프먼트 키와 등 싱글빈야드 피노 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키와 등 싱글빈야드 피노 누아.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키와(Kiwa) 피노 누아

 

키와 빈야드는 1989년에 식재된 밭입니다. 이곳 피노 누아 특징은 스모키하고 흙내음 짙은 뉘앙스에 잘 익은 블랙·레드·그린 계열 과일 풍미가 겹쳐집니다. 빈티지가 바뀌어도 이 개성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테루아가 병 속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싱글 빈야드 시리즈 중 가장 향기롭고 향신료 아로마가 도드라지며, 선이 굵기보다는 길게 뻗어나가는 정교함을 지닌 스타일입니다. 아니스와 크리스마스 케이크 향신료, 시나몬의 톡 쏘는 아로마가 독보적입니다. 라즈베리와 새콤한 레드체리, 레드커런트 같은 붉은 베리류의 과실 풍미가 탄탄하게 지탱하고, 줄기째 발효에서 오는 말린 장미꽃잎과 히비스커스, 타임 같은 세이버리한 허브 향이 복합미의 정점을 이룹니다. 입안에서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이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정교한 산미가 중심을 잡습니다. 또 촘촘하고 분말 같은 고운 탄닌과 광물성 미네랄이 팽팽한 구조감을 완성합니다. 은은한 훈제육과 잘 익은 체리의 잔향이 우아하고 길게 이어집니다. 구운 메추리 요리나 조린 돼지볼살, 꿩·사슴 같은 야생 육류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에스카프먼트 파히.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파히.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파히(Pahi) 피노 누아

 

파히 빈야드는 싱글 빈야드 중 토양이 가장 깊고 점토질을 포함해 풍만하며 부드러운 매력을 자랑합니다. 라즈베리, 크랜베리, 구기자, 붉은 체리의 주시하고 산뜻한 과실 향이 전면에 나서고, 잔을 돌릴수록 제비꽃의 화려한 꽃향기와 오렌지필, 민트, 파프리카 같은 이국적인 허브향이 올라옵니다. 시간이 지나며 흑연과 시나몬, 바닐라, 숲 바닥과 표고버섯의 고급스러운 흙내음이 겹겹이 피어오릅니다. 입안을 코팅하는 실크 같은 질감과 풍만한 볼륨감이 돋보이고, 잘 익은 과실의 단맛이 촘촘하게 짜인 탄닌 구조와 훌륭한 균형을 이룹니다. 산미는 날카롭기보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피니시에서는 훈제육, 블랙티의 뉘앙스가 길게 지속됩니다.

 

파히는 에스카프먼트 와이너리가 있는 테 무나 로드에 2003년 식재한 포도밭입니다. 지정된 열(row)만 골라 수확하는 개별 구획 선별 방식으로 만듭니다. 피노 누아의 다양한 풍미를 표현하기 위해 아벨, 115, Cl5, 114 클론을 선별해 블렌딩합니다. 베이징덕이나 체리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구이, 허브 크러스트를 입힌 양갈비 로스트, 야생 버섯을 곁들인 돼지 안심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에스카프먼트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샤르도네

 

테 무나 로드의 홈 블록 포도를 중심으로, 마틴버러 테라스 일대 엄선된 파트너 재배자들의 포도를 블렌딩해 만듭니다. 고대 충적 자갈 테라스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물빠짐이 좋은 만큼 날카로운 광물성 미네랄과 산미의 뼈대를 갖췄습니다. 레몬 껍질과 시트러스, 백도, 껍질 벗긴 사과 같은 신선한 과실 향이 중심을 이루고, 화사한 재스민 꽃향기와 함께 마틴버러 떼루아 특유의 부싯돌 같은 짭조름하고 훈연된 미네랄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입안에서는 파이 크러스트와 브리오슈, 갓 구운 팝콘 같은 고소하고 리치한 풍미에 유연한 크림 질감이 느껴지고, 입안을 길게 가로지르는 단단한 산미가 중심을 잡아줘 늘어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에스카프먼트 샤르도네. 페이스북
에스카프먼트 샤르도네. 페이스북

출시 직후에도 청량한 과실 풍미와 부싯돌 미네랄을 즐기기 좋지만, 셀러에 5년에서 7년 이상 묵혀두면 한층 깊고 고소한 갓 구운 브리오슈와 버터 풍미로 진화합니다.

 

포도송이째 압착한 뒤 100% 토착 자연 효모로 프랑스산 대형 오크통(펀천)에서 발효하고 오크 배럴에서 11개월(새오크 22%) 숙성합니다. 리치한 질감을 위해 주기적으로 효모 앙금을 섞어주는 바토나주를 진행하되,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젖산 발효는 부분적으로만 유연하게 진행합니다. 버터나 허브를 곁들여 구운 참돔류나 대구 같은 생선 요리와 로스트 치킨에 잘 어울립니다.

 

에스카프먼트 마틴버러 소비뇽 블랑.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마틴버러 소비뇽 블랑. 최현태 기자

▶에스카프먼트 마틴버러 소비뇽 블랑

 

패션프루트와 잔디 향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말버러 소비뇽 블랑과는 스타일과 결이 다릅니다. 훨씬 질감이 고급스럽고 세이버리한 복합미를 강조합니다. 라임과 청사과, 구아바, 구스베리의 산뜻하고 잘 익은 과실 향이 부드럽게 번지고, 화사한 흰 꽃향기와 함께 마틴버러 충적 자갈 토양 특유의 부싯돌 같은 짭조름한 미네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입안에서는 오크 발효에서 오는 크리미한 풍만함이 느껴지고, 미디엄 바디의 리치한 무게감을 팽팽한 라임 산미가 길고 직선적으로 이끕니다.

 

대부분은 과실의 순수함을 살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지만, 20%는 프랑스산 대형 오크통(퍼천)에서 발효하며 그중 새오크를 2~6% 사용합니다. 풍미의 깊이를 위해 아주 소량은 껍질과 함께 발효하는 스킨 컨텍트 양조를 적용했고, 토착 자연 효모와 배양 효모를 함께 썼습니다. 염소 치즈나 페타 치즈, 버터나 허브를 곁들인 랍스터·가자미 구이, 시트러스 소스를 곁들인 치킨 샐러드와 잘 어울립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