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의 팀 컬러는 ‘미라클’인가. 지난 시즌 막판 기적의 9연승을 거두며 3.5%의 미약한 가능성을 뚫고 최종 순위 5위에 오르며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던 NC. 올해도 한때 9경기 차에 달했던 5위 두산과의 격차를 2경기까지 줄였다. 이미 선수단에 새겨진 ‘미라클’이라는 DNA가 올해도 발현되는 모양새다.
NC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10-9 신승을 거뒀다. 4연승을 달린 NC는 시즌 성적이 59승2무60패가 되며 5위 두산(63승4무60패)와의 승차를 2경기까지 줄였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5위 두산과 NC의 승차는 9경기에 달했지만,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NC가 무려 7경기나 줄이면서 이제 두산은 가을야구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NC는 9월 들어 8승2패의 대상승세를 타고 있고, 반대로 두산은 2승8패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게다가 두산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국내 선발 원투펀치인 곽빈과 최민석에 2년차 시즌에 팀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박준순이 빠진다. NC도 팀 공격의 첨병이자 내야 수비 사령관인 김주원이 대표팀에 유일하게 차출되지만, 전력 공백은 아무래도 두산이 더 크다. 아울러 NC는 부상당한 테일러를 대체할 외인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0승을 거둔 대어급 투수인 마이크 클레빈저까지 데려왔다. 지금 분위기라면 NC의 대역전도 불가능이 아닌 상황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차가 3경기였던 만큼 승리가 더 간절했던 건 NC였다. 1회부터 권희동과 블레인 크림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2루 찬스에서 김휘집이 상대 선발 잭 로그의 공을 받아쳐 왼쪽 폴대를 맞히는 선제 쓰리런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이어진 1회말 수비에서 선발 구창모의 어이없는 실책 하나가 타오르던 NC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1회 안재석의 투수 앞 땅볼을 잡은 구창모의 1루 송구가 원바운드 되었고, 블레인이 이를 놓친 게 화근이었다. 박준순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린 구창모는 상대 4번 타자 양의지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실책이 없었다면 이닝이 끝났어야할 상황이었지만, 두산의 공격은 이어졌고 결국 구창모는 무너지고 말았다. 김민석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뒤 세베리노의 내야 안타 때 3루 주자 박준순이 홈을 밟아 3-2가 됐다. 이어 양석환의 적시 2루타, 조수행의 역전 2타점 3루타가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3-5가 됐다. 3-0으로 끝나야 할 이닝이 3-5로 뒤집힌 것이다. 두산은 여세를 몰아 2회 2사 2루에서 양의지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3-6으로 달아났다.
로그에 밀려 침묵하던 NC 타선은 5회 다시 터졌다. 이번에도 김휘집의 장타 한 방이 경기 양상을 바꿨다. 1사 1루에서 김주원이 로그에게 견제사를 당하며 찬물을 끼얹는 듯 했지만, 권희동과 블레인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2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1회 선제 쓰리런포의 주인공 김휘집이 로그의 초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5-6을 만들었고, 박건우의 적시 2루타로 6-6 동점이 됐다.
경기 분위기를 뒤집은 NC는 6회 두산 마운드를 두들겼다. 두산 김원형 감독은 NC 타선을 잠재우기 위해 필승조 김정우를 냈지만, 김정우는 연속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무사 1,2루 찬스에서 이날 선발에서 빠진 ‘득점권의 사나이’ 박민우를 대타로 내자 김원형 감독도 마운드를 좌완 타카다로 바꿨다. 그러나 박민우가 우전 적시타로 균형을 허문 뒤 김주원의 유격수 땅볼로 한 점을 추가해 8-6을 만들었다. 이어 권희동이 타카다의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리며 10-6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두산도 이대로 물러나진 않았다. 6회 선두타자 박찬호의 볼넷에 이어 안재석이 안타를 터뜨렸다. 다만 안재석이 NC 수비진의 중계플레이에 걸려 1루에서 횡사에하면서 무사 1,3루가 될 찬스가 1사 3루가 된 게 아쉬웠다. NC 이호준 감독은 마운드를 구창모에서 신영우로 교체했지만, 박준순이 내야안타로 3루 주자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신영우는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김민석과 세베리노를 삼진과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두산은 8회 상대 우완 불펜 손주환에게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김민석이 중견수 방면 얕은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세베리노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10-9,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손주환을 구원한 이용준이 양석환을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10-9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구창모는 1회 자신의 수비 실책으로 대량 실점을 한 게 모두 비자책처리되면서 5.1이닝 1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2자책)을 기록했으나 팀 타선의 폭발 덕분에 10승(6패)째를 신고했다. 2022년 11승(5패) 이후 4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