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대표적인 프리미엄 선물인 한우를 둘러싼 유통업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등급이 높고 중량이 많은 세트가 고급 선물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족 수와 식습관, 선호 부위에 맞춰 용량을 줄이고 구성을 세분화한 ‘맞춤형 한우’가 명절 선물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 한우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10% 늘린 12만세트로 준비했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특히 필요할 때마다 나눠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를 소분한 ‘소담 세트’ 라인업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한우 선물세트 매출에서 소담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지난해 34%까지 늘었다. 올해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1++등급 한우와 12가지 특수부위를 200g 단위로 나눈 상품도 선보였다. 기존 450g 단위보다 한 번에 먹기 편하도록 용량을 절반가량 줄인 것이다.
최고 마블링 등급 한우를 사용한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과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 등 200만~300만원대 초고가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제주 흑한우와 유기농 목장 한우 등 희소성을 강조한 상품도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에 들어갔다.
정육 부문에서는 자체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인 ‘5-STAR’와 ‘신세계 암소 한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히 높은 등급을 강조하기보다 암소 한우와 부위별 미식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사전 예약 판매에서도 ‘한우 암소 스테이크’를 대표 상품으로 배치하고 한우 세트를 5~10% 할인 판매했다. 올해 예약 판매 상품 수는 370여종으로 지난해보다 25%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미식 페어링’을 키워드로 잡았다.
올 추석 예약 판매에서 한우의 풍미를 살린 ‘미식 페어링’ 세트와 스테이크용 한우를 주요 상품으로 내놨다. 명절 한우를 국거리나 불고기 위주의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집에서도 고급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미식 상품으로 확장한 셈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추석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보다 95% 늘었고 올해 설에는 120% 증가했다. 고품질 신선식품을 예약 기간 할인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호텔업계도 한우 선물 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 110여종을 내놓으면서 ‘한우 정성 세트’와 ‘명품 한우 스테이크 세트’를 대표 정육 상품으로 배치했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앤리조트도 1++ 한우와 함께 9만원대 ‘한우 실속 세트’를 내놨다.
프리미엄과 실속형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한우 선물의 가격대와 선택 폭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백화점이 프리미엄과 미식에 집중한다면 대형마트는 산지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산지 직송 서비스 ‘오더투홈’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린 76종으로 확대했다.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가 충북 음성 한우를 금빛 바구니에 담은 ‘한우 금바구니 세트’다. 고객이 주문하면 산지에서 바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고 신선도를 강조했다.
오더투홈의 올해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보다 30.7% 증가했고,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132% 늘었다. 산지 직송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커지면서 명절 선물에서도 산지와 생산지를 따지는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어떤 한우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받는 사람의 연령과 건강 상태, 식습관을 고려해 부위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남녀노소 함께 즐길 선물이라면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 세트가 무난하다. 등심은 마블링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이 강하고, 안심은 결이 곱고 부드럽다. 채끝은 살코기와 지방이 비교적 고르게 섞여 육향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명절 음식을 직접 많이 만드는 가정에는 양지와 사태가 실용적이다. 양지는 오래 끓이면 진한 육수가 우러나 탕국이나 국거리로 활용하기 좋고, 사태는 찜이나 수육 등에 쓸 수 있다.
식단을 관리하거나 담백한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 어르신에게는 설도와 우둔처럼 살코기 비중이 높은 부위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불고기와 산적, 장조림 등 활용 범위도 넓다.
한우를 고를 때는 등급만 볼 것이 아니라 육색과 지방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구이용은 백색이나 크림색을 띠는 마블링이 살코기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이 좋다. 정육 부위는 지나치게 어두운 적갈색보다 선명한 선홍빛을 띠고 표면에 탄력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장 상태도 중요하다. 용기 바닥에 핏물처럼 보이는 육즙이 지나치게 많이 고여 있다면 보관·유통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우 선물도 과거처럼 중량과 가격만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1~2인 가구에는 소포장, 고기를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스테이크나 특수부위, 어르신에게는 정육 중심 세트처럼 받는 사람에 맞춰 구성하는 소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