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건설업 개별종목 및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변동성이 컸던 증시 환경을 고려하면 비교적 건설업종 주가와 ETF 가격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건설업종이 전통적인 주택사업을 넘어 데이터센터, 원전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어 장기 ‘빅 사이클(Big Cycle)’에 진입했다며 건설업 전반의 투자 기회가 확대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업, 장기 빅 사이클 초입 들어서
부동산 시장은 가라앉아 있지만 건설업종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신영증권은 “건설업이 장기 빅 사이클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그동안 눌려 있던 발주가 정상화하는 가운데 공공투자와 카펙스(CAPEX: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해 건물, 공장, 장비 등 비유동자산을 취득하거나 성능을 개선할 때 투입하는 자본적 지출)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과 원전, LNG제조업 리쇼어링(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중심으로 글로벌 카펙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세 개 발주 엔진과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동시에 맞물리는 구간이라 과거보다 변화의 폭이 크다”며 “이는 일부 대형 건설사에 국한된 회복이라기보다 건설업 전반의 투자 기회가 점차 넓어지는 사이클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의 빅 사이클 도래는 자연스레 국내 대형 건설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신영증권은 “글로벌 카펙스 확대는 실행 능력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의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조달하며 실제로 완공할 수 있는 설계·조달·시공(EPC) 역량 자체가 병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건설, 삼성물산, 삼성E&A,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등 글로벌 수행 경험을 보유한 대형사의 역할과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대형 EPC와 핵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발주 증가는 낙수효과의 확산으로 종합·중견 건설사와 전문건설, 설계·엔지니어링, 건자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택사업에 의존하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건설업은 지금 뜻밖의 호황기를 맞이했는데 향후 2∼3년간 수주 증가는 대부분 비주택에서 나올 것”이라며 “올해 건설사들의 수주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함께 구체화한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만 봐도 180조∼190조원에 달한다”며 “이는 국내 주택 수주 2년 치에 달할 정도로 큰 데 비해 시공 기간은 2∼3년으로 짧아 실적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성 장세에도 주가 오르는 건설업종
건설업 빅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주가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업종은 건설이었다. 그로쓰리서치는 “건설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어렵던 산업”이라며 “올해 5월까지 문을 닫은 건설업체는 1363개로 하루 평균 12곳이었고, 다 지어 놓고도 못 판 미분양 가구만 7월 말 기준 2만9152가구였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건설업종 주가가 오른 것은 인공지능(AI)을 위한 건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로쓰리서치는 “AI를 돌리려면 AI가 돌아가는 건물(데이터센터)이 있어야 하고 그 건물에 전기를 공급할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국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58개이고 짓고 있거나 착공을 앞둔 곳은 70여개이며 미국도 데이터센터에 쓸 전기를 대려고 원전과 발전 플랜트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 건설업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건설업 특성을 들었다. 그로쓰리서치는 “건설은 계약한 해에 돈을 다 버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공사가 진행된 만큼 몇 년에 걸쳐 나눠 매출로 잡기 때문에 오늘 따낸 일감은 2∼3년 뒤 실적으로 돌아오고 주가는 지금의 매출보다 앞으로 쌓인 일감을 먼저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달(11일 기준) 사이 현대건설 주가는 20%, DL이앤씨는 18% 올랐다. 그 밖에 △대우건설 15% △GS건설 11% △IPARK현대산업개발 11% △삼성물산 7% △삼성E&A 4.2% 상승 등 주가가 긍정적 흐름을 보였다.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 수혜를 받고 있는 금호건설은 주가가 29%나 올랐다.
현대건설과 관련해 BNK투자증권은 “글로벌 원전사업의 핵심인 미국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고 그 중심에 현대건설이 있다”며 “대형원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은 홀텍, 테라파워 등과 협업하고 있는데 협업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역할은 시공 전업이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GS건설에 대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데이터센터 사업이 연내 일부 착공 가능성이 열려 있어 관련 기대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GS건설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1000원에서 5만원으로 높였다.
개별종목이 오르면서 건설업종을 담은 ETF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건설’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건설’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12%, 13%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삼성E&A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