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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검사는 깨끗하게 노력한 선수 지켜주는 장치” [차 한잔 나누며]

양윤준 KADA 위원장

선수 개인의 주의만으론 한계
지도자 등 주변의 역할도 중요
대회 전후 불시검사 증가 추세
AG행 선수들 적극 관리 당부

스포츠의 감동은 공정한 경쟁에서 완성된다. 같은 출발선에서 규칙을 지키며 흘린 땀으로 얻어낸 메달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의사이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를 이끄는 양윤준 위원장이 “도핑검사는 의심하는 선수를 잡아내는 장치이기 이전에, 깨끗하게 노력한 선수에 대한 영광과 보상을 약물을 쓴 선수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지켜주는 장치”라고 말하는 이유다.

양윤준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하나로의료재단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클린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양윤준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하나로의료재단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클린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양 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하나로의료재단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도핑검사의 역할에 대해 “분명히 ‘보호’라고 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적발과 처벌보다 예방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의학으로 비유하면, 처벌은 ‘수술’이고 예방은 ‘백신’”이라며 “한 번의 억울한 적발은 선수의 커리어를 끝내지만, 한 번의 제대로 된 교육은 그 선수의 전 생애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의 출발점은 자신이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성분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있다. 세계도핑방지규약은 선수 자신의 체내에서 검출된 금지물질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선수에게 묻는 ‘엄격한 책임의 원칙’을 적용한다. 양 위원장은 “제도는 ‘의도’가 아니라 ‘입증’과 ‘주의의무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작동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짚었다.

선수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행정가와 학교, 지도자, 학부모 등 주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KADA 선수위원회 역시 멘토링과 체험형 교육을 통해 선수들이 도핑의 위험을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수들에게도 약물·성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2026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금지목록을 숙지하고, 체내에 흡수되는 모든 성분을 관리해야 한다”며 “부상이나 질병이 있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의 신청 및 승인 절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회 전후 불시검사가 늘어나는 만큼 도핑방지행정관리시스템(ADAMS)에 최신 소재지 정보를 입력하는 등 평소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도핑방지 역량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KADA는 연간 약 6200건의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이동형 검사실도 운영한다.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도핑관리관(DCO)을 파견했으며,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DCO 8명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 출범 20년을 맞은 KADA에 대해 양 위원장은 “가장 큰 성과는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국가도핑방지기구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며 “전문 검사관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가진 명실상부한 도핑방지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도핑방지 체계는 기술 발전에 맞춰 ‘사후 적발’에서 ‘상시 관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조혈반(DBS) 검사와 선수생체수첩(ABP), 과거 시료 재검사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추적·관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유전자·세포 도핑 등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면서 대응 과제도 복잡해지고 있다. 금지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인핸스드 게임스’(Enhanced Games)가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개최된 것도 새로운 변수다. 양 위원장은 “젊은 선수들에게 도핑 또한 하나의 선택지처럼 포장한다는 점이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도핑의 위험은 엘리트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비공개 채널을 통한 금지약물 유통이 생활체육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텔레그램 같은 비공개 채널로 유통되는 약물은 더 이상 엘리트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체육인들까지 번지는 공중보건 문제가 됐다”며 경계했다. 그는 “미래의 도핑방지는 실험실만의 싸움이 아니라 유통망을 쫓는 수사력, 새로운 종목을 포괄하는 규범,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위원장은 나고야로 향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여러분이 클린 스포츠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양 위원장은 “나고야에서 여러분이 보여줄 것은 메달만이 아니라 약물 없이 땀으로 얻은 결과에 대한 당당함”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