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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후보 선전에 최대 승부처 부상… ‘블루 텍사스 될라’ 위기감

美 공화 텃밭 텍사스 민심 요동

물가 상승·이민 정책 등 불만 고조
라틴계 전통 표심 공화 이탈 조짐
민주, 경제·도덕성 걸고 집중공략
‘중간선거 전대’ 맞불집회도 인파
마가 “텍사스, 트럼프 배신 안해”

“‘항상 공화당에 투표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매일 만납니다.”

 

민주당 비키 굿윈(59) 텍사스주 부지사 선거 후보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당대회’ 둘째날 행사에 앞서 텍사스 댈러스 파이크파크에서 열린 반트럼프 집회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텍사스주 헌법상 부지사는 주지사와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뽑거나 선출직 주지사가 임명하는 형태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마가·민주 지지자 충돌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이고 있다. 온라인매체 DRM뉴스 유튜브 캡처
마가·민주 지지자 충돌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난입해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이고 있다. 온라인매체 DRM뉴스 유튜브 캡처

굿윈 후보는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유권자가 공화당 경선 참여자보다 많았다. 이런 일은 오랫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궐선거 격인 지난 1월31일 텍사스주 상원 제9선거구 특별 결선선거에서 민주당의 테일러 레멧 후보가 57%를 얻어 공화당 리 웜스갠스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이긴 것을 가리켜 “31%포인트의 변화”라고 말했다. 2024년 대선 당시 이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포인트 차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이겼는데, 1년여 만에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역전해 총합 31%포인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14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9·10일 공화당의 사상 최초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텍사스에서 치른 것은 지지층 결집·모금의 목적은 물론이고 1995년 주지사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현직 주지사 앤 리처즈를 꺾고 당선된 이래 31년간 공화당의 핵심 ‘텃밭’이었던 텍사스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최근 텍사스의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추격하며 텍사스는 전국이 주목하는 격전지로 떠올랐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와 접전을 치르고 있으며,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후보가 현직인 공화당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일각에선 텍사스가 중간선거뿐만 아니라 202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경쟁력까지 연결될 수 있는 핵심 승부처가 됐다는 분석을 한다.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중인 9·10일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와 근교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며 미국의 ‘변화’를 말하는 이들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변화 열망 꿈틀대는 텍사스

 

탈라리코 후보와 팩스턴 후보는 각각 민주당의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 슬로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내세우는 선거 전략을 쓰고 있다. 엔플러스유니비전·유고브 여론조사(등록유권자 1000명 대상, 8월27일∼9월4일 실시, ±3.6%포인트)에서 탈라리코 후보는 48%로 마가 성향인 팩스턴 후보(43%)보다 앞섰다. 같은 조사의 주지사 선거 부문에선 이노호사 후보가 현직 애벗 주지사와 각각 47%로 동률이었다.

 

43년째 텍사스에 거주 중인 메리 밴이 같은 날 댈러스에서 열린 민주당 지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댈러스=홍주형 특파원
43년째 텍사스에 거주 중인 메리 밴이 같은 날 댈러스에서 열린 민주당 지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댈러스=홍주형 특파원

텍사스주에만 43년간 거주하며 교육계에 종사하는 메리 밴(68)은 탈라리코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도덕성’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공화당이 텍사스에서 한 선거구 재획정을 예로 들면서 “사람들이 투표하러 갈 수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한다니, 정말 불공정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투표 당일 (선거구 재획정으로 투표소가 멀어져) 투표하러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라이드(운전) 봉사’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탈라리코 후보를 지지한다는 포트워스에 거주하는 낸시(45)는 “지난 1년 반 동안 휘발유 가격은 2달러나 올랐다. 우유도 1달러50센트 올랐다. 정말 미친 일”이라며 “임금 인상분은 실제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선 라틴계, 흑인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소수계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멕시코 접경지대인 텍사스에서도 라틴계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텍사스대 텍사스 폴리틱스 프로젝트의 출구조사에서 텍사스의 라틴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016년 34%, 2020년 41%, 2024년 55%로 상승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엔플러스유니비전·유고브 조사에서 라틴계 등록유권자 564명을 별도 표집한 결과(오차범위 ±5.0%p) 탈라리코 후보가 56%로 팩스턴 후보(37%)를 크게 앞서고 있고, 이노호사 후보도 54%를 얻어 애벗 주지사(42%)에 앞선다. 이번 선거에서 라틴계의 표심이 변하고 있으며 선거의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틴계인 식당 종업원 후안(29)은 “지난 선거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정책을 망가뜨렸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제 와선 트럼프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는 라틴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효과 있을까

 

다만 전당대회장 주변에 모인 마가 지지자들의 열정은 여전했다. 빨간색 마가 모자를 쓰고 전당대회장을 찾은 퇴역 해군 출신 소니아(67)는 “트럼프의 모든 것을 지지한다. 텍사스는 결코 트럼프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텍사스의 정치 변화를 일축했다. 그는 공화당 팩스턴 후보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을 알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이기 때문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댈러스 인근 교외도시 어빙 출신으로 무료 티켓을 통해 전당대회에 입장한 공화당원 린다는 “사람들은 당연히 높아진 물가를 알고 있고, 불안해한다”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가 모은 열기는 선거를 치를 동력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민주당 진영에선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 주지사, 부지사, 하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을 찍는 유권자보다는 상원의원 선거에선 탈라리코 후보에 투표하고 다른 직책에선 공화당에 투표하거나, 일부 공화당 후보에는 투표를 포기하는 공화당 유권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31년간 주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만큼 실제 선거 결과에 대해선 신중론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5000달러(약 670만원) ‘배당금’ 지급 공약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