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다행히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FIVB 랭킹 24위)이 호주(38위)를 꺾고 202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내년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13일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호주와의 3·4위 결정전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인 28점을 몰아친 에이스 허수봉(현대캐피탈)의 활약을 앞세워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16-25 25-18 22-25 25-18 15-9)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3위까지 주어지는 2027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배구 월드컵(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 데 성공하며 1차 목표는 달성했다. 한국 배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안에 든 건 2017년 대회(3위) 이후 9년 만이다. 2019년 대회엔 4위에 머물렀고, 2021년엔 역대 최악의 성적인 8위로 곤두박질쳤다. 2023년 대회엔 8강에서 탈락해 최종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4강에선 일본에 세트별로 15점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최종 3위에 오르며 1차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한국 남자배구는 곧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망도 밝혔다. 1966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한국 남자배구는 항상 1~3위를 차지했지만, 직전 대회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12강 탈락이라는 대굴욕을 당한 바 있다.
이날 한국은 1세트엔 호주의 높이에 고전하며 1세트에만 블로킹 5개를 내주며 밀렸다. 2세트부터 허수봉-임동혁(대한항공) 쌍포를 앞세워 분위기를 살렸다. 두 선수는 10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3세트에서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22-22에서 임동혁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혀 실점했고, 이후 호주에 서브 에이스까지 내줬다.
4세트도 힘겨웠다. 특히 13-14에서 주포 임동혁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 밖으로 빠져 암울한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에이스인 허수봉이 위기에 몰린 대표팀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14-14에서 결정적인 오픈 공격에 성공했고, 18-15에서 3연속 득점을 하며 호주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날 승부가 갈린 5세트. 한국은 2-1에서 허수봉, 임성진(국군체육부대), 임재영(대한항공)이 3연속 득점을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미들블로커 이상현(국군체육부대)은 6-3, 7-4에서 호주의 블로킹 벽을 무너뜨리는 속공을 펼쳤다. 대표팀은 이후 점수 차를 유지하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허수봉은 팀내 최다인 28점, 임성진은 15점으로 맹활약했다. 미들블로커 박창성(OK저축은행)과 이상현도 각각 9득점, 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대회를 마친 대표팀은 귀국 후 재정비한 뒤 24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나고야에입성한다.
전날 한국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일본(6위)은 같은 날 열린 결승에서 이란(18위)을 세트 점수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해 LA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결승전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대표팀 박경민(현대캐피탈)은 베스트 리베로 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최다 디그 1위(49개)를 기록했다. 허수봉은 이번 대회에서 113점으로 최다 득점 1위, 서브 득점(10개) 공동 2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