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에게 주는 것인가.’
선물을 정하는 기준이다. 다른 게 있겠으나 출발은 여기다. 부모·자식, 부부, 형제, 연인, 친구, 스승과 제자, 직장 동료…. 선물이 오가는 관계에 따라 선물의 종류, 형태, 전달방식에다 가격까지 달라진다. 주고받는 이들이 국가 최고지도자라면 좀 더 특별하다.
지난 6∼9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청자 가야금을 선물했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방한 당시 친교만찬에서 우리 전통 현악기 공연을 관람했던 인연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학창 시절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점도 고려했다. 두 정상 사이에 오간 청자 가야금이 ‘이재명-마크롱’ 두 개인의 선물일 리 없다.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국가적 우호, 협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세기 말 두 나라가 처음 인연을 맺을 때도 이런 희망과 결의를 담은 선물이 오갔다. 그리고 정상 간 선물에 비할 바는 아니나 선의만은 못지 않고 백성들의 술병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1888년 6월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가 조선 국왕 고종에게 선물을 보냈다.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고 2년 뒤였다. 도자기 세 점이었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한 점과 ‘백자 채색 클로디오 병’ 한 쌍. 당대 유럽에서 ‘하얀 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귀하게 여긴 도자기는 18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가 외교에 활용한 대표적 물건이었다. 제작을 맡은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는 유럽 각국은 물론 도자기의 원류인 중국에도 선물을 보낼 만큼 프랑스의 기술력과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했다. 고종은 선물받은 도자기를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받았으니 답례를 하는 게 ‘예의지국’ 조선의 도리이다. 고종은 고려청자 두 점과 나무, 금과 옥, 진주, 유리 등을 재료로 꽃과 나무를 표현한 공예품 ‘반화’(盤花)를 보냈다. 고려청자 두 점은 앵무새무늬 대접, 모란 넝쿨무늬 꽃모양 대접이다. 반화는 화려한 모양으로 장식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불로장생, 부귀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양국 최고지도자 사이에 오간 선물의 화려함, 그것에 담긴 정치·사회·경제·외교적 의미에야 미칠 수 없지만 상대를 향한 진심, 정성을 진솔하게 전한 선물도 있었다. 140여 년 한·프랑스 외교사에 기록된 선물 가운데 가장 값싸지만 가장 따뜻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 6∼8월 개최한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시회에서 ‘대통령의 도자기’ 살라미나 병과 함께 출품되어 못지 않은 주목을 받은 옹기 주병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오갔다.
1851년 4월, 프랑스의 포경선 나르발호가 풍랑에 파손돼 전남 신안 비금도에 표류하게 됐다. 선원 20여 명은 낯선 땅을 두려워했으나 비금도 주민들과 지방 당국은 이들을 정성껏 돌봤다. 선원들을 도우러 비금도에 온 당시 청나라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 몽티니가 저간의 사정을 듣고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송별회를 열었다. 몽티니는 상하이에서 가져온 샴페인을, 비금도 주민들은 옹기 주병에 담은 막걸리와 소주를 내놨다. 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루도자박물관에 전해지고 있는 옹기 주병은 짙은 갈색의 표면 일부가 벗겨져 있어 투박하다. 겉모습이야 살라미나 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양국 국민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나누었을 정이야 더없이 따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