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공개적인 반대·신중론이 확산해온 가운데 진성준(사진) 국회 국방위원장이 파병 가능성 자체를 닫기보다 ‘종전과 안전한 작전환경’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해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그간 당내에서는 명분 없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미국 주도 파병에 선을 긋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진 위원장은 장병과 선박의 안전이 확보되는 이른바 ‘허용적 환경’이 마련된다면 군사적 기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지를 남겼다.
국방부로부터 지난 9일 관련 상황을 대면보고 받은 진 위원장은 14일 라디오에서 정부가 아직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11월1일까지 파병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장비나 지원 방식·규모를 정해 요구한 것도 아니며 미국 측 요구는 “더 많은 지원, 더 빠른 지원”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국내의 파병 결정이 그렇게 빨리 무리하게 진행될 수는 없다”며 헌법상 평화주의 원칙과 국익, 장병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군이 선박 호송 등에 나설 경우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안전한 작전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허용적 환경’이라고 표현하며 “종전돼야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다국적 해상연합도 종전과 안전한 작전환경을 선행조건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민주당에서 제기된 보다 직접적인 파병 반대론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김병주 의원은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고, 송영길 의원은 “이라크전쟁 때보다 더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기헌 의원도 비전투병 파병까지 이란이 참전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석 대표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한·미 관계와 국익을 감안하면 비전투병 파병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 위원장도 “민주당 내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거나 반대하는 입장이 상당하다”고 당내 기류를 전했다.
정부도 병력을 보내지 않는 기여 방식을 열어두고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10일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술적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기여 방안을 국익과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파병 반대가 55%로 찬성 32%보다 높았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69%에 달했다. 여론 역시 정부·여당의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