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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루지에로 前 미 NSC 북한국장 “韓, 北·美대화 땐 종전선언 논의 참여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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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에로 前 미 NSC 북한국장
평화협정 등 주요문제 역할 관측

“北 비핵화는 장기 목표… 당장은 핵·미사일 증강 억제해야”

트럼프 2기 대북협상 현실론 무게
‘核제로’보다 추가 확대 억제 초점
대화·합의 가능 영역부터 찾아야

북·미 회담 중간선거 이후 가능성
11~12월 전망… 내년 초가 될 수도
트럼프 임기 말 외교에 집중할 듯

美, 대북제재 지렛대 여전히 보유
우회 금융망·지원 기업 차단 가능
신속 대화냐 제재 강화냐 갈림길

“한국은 (북·미 대화 중)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에 분명 관여하게 될 것이며, 관련 논의의 주요 참여자가 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국장, 대통령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 겸 비확산·생물방어 선임국장을 역임한 앤서니 루지에로 아메리칸글로벌스트래티지스(AGS) 수석부사장·애틀랜틱카운슬 비상임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한과 정상외교가 시작될 경우 한국 정부의 역할을 이렇게 내다봤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북한국장은 8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는 더 이상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라며 “비핵화에서 우리는 달성하고 싶은 것과 현실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루지에로 제공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북한국장은 8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는 더 이상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라며 “비핵화에서 우리는 달성하고 싶은 것과 현실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루지에로 제공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게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leverage points)가 있다”며 “평화협정,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식, 한·미 연합훈련의 궁극적 방향에 관한 논의,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또는 중단”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지렛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북·미 대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북한의 협상카드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것,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상한(cap)을 설정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일단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meet and greet)”, “실질적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기대를 받지 않는” 회담이라면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첫 기회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올해 11, 12월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1기인 2018년 NSC에 북한 담당 국장을 신설할 때 이 자리에 임명됐다. NSC 내에서 제재와 비확산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도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자 6월 첫 싱가포르 정상회의,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의 등을 측면 지원했다. 2019년 중반부턴 대통령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 겸 비확산·생물방어 선임국장으로 NSC 내에서 계속 북한 문제를 다뤘다.

 

공화·민주 행정부 모두에서 일한 그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AGS는 트럼프 1기 마지막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등이 설립한 워싱턴의 지정학·정책자문회사로, 트럼프 1기 고위 당국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AP연합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AP연합

―북·미 회담이 이뤄진다면 어떤 경로가 되겠는가.

 

“두 가지 경로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두 정상이 만나 관계를 실질적으로 다시 시작하고, 다음 회담에서 구체적인 현안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둘째, 첫 회담부터 실질적 논의를 하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현 상황, 미국과 유엔의 제재 문제는 분명 의제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도 하나의 의제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의 역할 역시 분명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어느 경로로 갈지 판단하기 이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까.

 

“김정은은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성격의 회담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어떤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첫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국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무엇을 제안할 수 있나.

 

“평화협정, 6·25전쟁의 공식적인 종식, 한·미 연합훈련의 궁극적인 방향,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또는 중단 등이 있다. 북한도 대러 지원 축소 또는 중단,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제한 및 어떤 형태의 상한 설정 등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원하는 합의의 형태가 정해지면, 대통령 참모들이 그것을 토대로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할 사람이 지금의 NSC에 있나. NSC 내의 움직임이 있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NSC는 1기 때와는 매우 다르다. 규모가 더 작고, 특정 현안들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지원할 인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받아들일까.

 

“비핵화에서 우리는 달성하고 싶은 것과 현실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비핵화를 잠재적인 장기적 목표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확대를 최소화하려 노력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1기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는 더 이상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무기 57개’를 언급하며 “적어도 현시점에서 북한 핵무기를 단기 또는 심지어 중기적으로 0개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1기의 목표는 비핵화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이 점에선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것으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협상을 접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언제 열릴 것으로 예상하나.

 

“중간선거 이후 11, 12월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내년 초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 이번이 아니라도 기회는 있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2년 동안 외교정책에 상당히 집중할 것이다. 북·미 회담도 그런 흐름에 잘 들어맞는다.”

 

―한국은 역할이 있을까.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에서 한국은 분명히 관여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를 하더라도 미국은 항상 한국과 일본, 그리고 역내에서 영향을 받게 될 다른 나라들에 상황을 설명하고, 동시에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는 상황에선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가 놀란 유일한 점은 그가 이것을 2025년이 아니라 2026년에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란 문제에서 분명 많은 나라가 미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들 가운데 많은 나라가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와 올해 군사행동 위험을 감수했다. 많은 동맹국에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저는 이것이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들이 몇 달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그는 “친구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견을 해결해 나가고 나면 오히려 관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한·미 관계도 지금 그런 시기 가운데 하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함없는 한·미 관계를 강조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남북관계는.

 

“우선 북·미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된 뒤에야 남북대화를 확대할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능하더라도 단기가 아니라 중기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한국은 핵무장을 할 수 있는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 더 확인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건 다른 차원의 논의다. 파트너들이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여전히 유인책과 억제 수단을 갖고 있다. 이번 행정부뿐 아니라 향후 미국 행정부들도 그런 수단을 활용해 동맹국들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미국 제재가 북한에 지렛대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평가하나.

 

“오늘날 제재의 상황은 7∼8년 전, 트럼프 1기 때와 매우 다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시작하던 초기에 기회를 놓쳤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집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유엔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방안을 만든다. 하지만 그 수준은 2018∼2019년과 같지 않다.”

 

제재 전문가인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경제 제재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에 관여한 중국의 소규모 정유소들을 겨냥한 방식을 북한에 적용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어떤 금융기관과 금융망에 접근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어떤 기업들이 이란을 지원하고 있는지를 찾아낸 뒤 이 관계를 하나씩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는 “북한을 상대로도 매우 쉽게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신속하게 대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제재를 추진하지 않아야 하고, 대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를 구축하려 한다면 제재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1기의 대북 협상을 평가한다면.

 

“미국 행정부의 대북 협상 역사를 1994년 클린턴 행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을 통하거나 다자적 형식을 통해 협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김정은과 핵심 측근들을 상대로 직접 협상을 추진한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었다. 북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북한 지도부로부터 중대한 전략적 수준의 결정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그렇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 본다.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든, 그 밖의 어떤 이유든 간에 김정은이나 그 주변 사람들, 그것이 그의 가족이든 고위 지도부 인사들이든 그들과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루지에로 前 미 NSC 북한국장은 ●미국 듀케인대 정치학 학사 ●국립전쟁대학 국가안보전략 석사 ●피츠버그대 공공·국제문제대학원 공공·국제관계학 석사 ●아메리칸글로벌스트래티지스(AGS) 수석부사장 ●애틀랜틱카운슬 비상임선임연구원 ●트럼프 1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 북한국장, 비확산·생물방어국장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비확산·생물방어 프로그램 선임국장 및 선임연구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실 외교정책 연구원 ●미 국무부 북한 핵·미사일 정보분석관, 2005년 6자회담 미국 대표단 비확산 자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