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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딱지는 붙이기 싫다...밸류업 공시 대폭 늘 듯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한국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해 오는 11월2일부터 저PBR 공표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주가부양에 부진했던 기업들이 대대적인 기업가치 제고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롯데지주, 영풍, 현대제철 등 코스피 상장사뿐만 아니라 CJ ENM, KCC건설 등 주요 코스닥 상장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불안과 인공지능(AI) 규제론에 코스피가 급락했다. 당분간 거시경제적 변수가 이어지면서 증시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저PBR 딱지, NO!...적극적 기업가치제고 늘어나나

 

한국거래소가 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 명단을 오는 11월 처음 공개하기로 하면서 저PBR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공표 전까지 저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1년간 공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저PBR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밸류업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낮은 코스닥 상장사는 물론 이마트·롯데지주·현대제철 등 주요 코스피 상장사도 저PBR 탈출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지 주목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11월2일 저PBR기업을 최초로 공표할 예정이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시장에서 평가받는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이면 저평가, 1배 이상이면 고평가로 해석한다. 거래소는 “주가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저PBR기업 공표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거래소는 1배 미만을 저PBR로 보는 통상적인 기준 대신 업종별로 PBR을 구분해 공표하기로 했다. 누적 3년(6개 반기 연속)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10%(코스닥) 이내이면 공표 대상이 된다. 일회성으로 PBR을 높여 공표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6개 반기 중 1개 반기만 기준을 웃돈 경우에는 과거 7번째 반기 PBR까지 확인해 이 역시 기준 미만이면 공표 대상에 포함한다. 아울러 10월22일까지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1년간 공표를 면제받는다.

 

11일 종가 기준 PBR이 1배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는 총 554개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800개(우선주 제외)의 70%가 PBR 1배 미만인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인 곳은 919개로 전체 코스닥 상장사 1732개(스팩 제외)의 53%에 해당한다. 다만 거래소의 3년 연속 기준과 업종별 하위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저PBR 공표 대상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저PBR 공표제도 의견수렴 당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거래소 간이 시뮬레이션 결과 공표 기업 수가 최소 120~220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이마트의 11일 기준 PBR은 0.18배다. 이마트가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약 82% 할인된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마트를 비롯해 △영풍(0.20) △SK디앤디(0.20) △현대제철(0.23) △롯데지주(0.32) 등 주요 코스피 상장사들의 PBR도 낮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1년 평균 PBR 역시 1배를 밑돌았다. 코스닥에서는 △KCC건설(0.21) △국순당(0.24) △CJ ENM(0.26) 등이 낮은 PBR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최초 저PBR 공표 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저PBR기업 공표제도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공시의 강제적 확산”이라며 “아울러 PBR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예단하기 어려운 주가보다는 분모에 해당하는 순자산, 즉 자본총계를 보다 효율화(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년 저PBR 문제 해소에 나섰던 일본은 개선방안 시행 이후 자사주 매입 등이 늘면서 PBR 1배 미만 기업이 크게 줄었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 소속 상장사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2022년 1163개에서 2025년 592개로 대폭 감소했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PBR 대상에 포함되면서 올해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에 대한 주식 매수 및 주가 상승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25P 하락해 6684 마감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6% 하락한 6684.37포인트에 장을 마쳤다.뉴스1
225P 하락해 6684 마감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6% 하락한 6684.37포인트에 장을 마쳤다.뉴스1

◆급락한 코스피...7000선 안착은 언제?

 

중동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속에 미국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또다시 출렁였다. AI 설비투자 둔화로 반도체 업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투자 심리 냉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한 달 사이 270조원 넘게 증발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225.54포인트(3.26%) 하락한 6684.37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5%, -6.35%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2800억원, 1조1700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이 2조9700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13.85포인트(1.69%) 하락한 806.79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도 5958조원(코스피 5507조원, 코스닥 451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 6234조원과 비교하면 275조원 넘게 줄었다.

 

증시 부진은 지난주 말 주요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술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를 줄일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

 

증권가는 이번 변수가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악재라고 분석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조절론은 클라우드 AI 밸류체인의 대규모 투자 지출 수혜를 받았던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며 “자금조달 부담에 실물 투자 지연 우려까지 더해지면 금융 여건과 실적 기대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AI 산업의 성장 전망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AI) 안전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고,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AI 공급망의 매출은 확장 중”이라며 “단기 주가 조정과 산업 사이클의 종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재 논의는 AI 개발 중단보다 개발 속도와 안전성 검증을 조절하자는 성격이 강하기에 이를 AI 투자 사이클 둔화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AI 변수와 더불어 국제유가 급등도 당분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했다. 이에 주요국의 국채 금리까지 치솟으며 증시 불안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