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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기 생필품 인기… 엔데믹 후 ‘실속·취향저격’으로 진화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변화하는 명절 선물 트렌드

보릿고개 시절 설탕·라면 등 식료품
경제 발전 거치며 선물 종류 다양화
1990년대는 현물 아닌 ‘상품권’ 1위
팬데믹기간 한우 등 ‘프리미엄’ 확산
이제는 소포장·뷰티·웰빙제품 부상
종류는 변해도 주고 받는 情 그대로

추석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식품매장. 다양한 선물세트로 빼곡한 명절 선물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멜론과 사과·레드망고로 구성된 세트는 23만원, 사과·배·애플망고 세트는 16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참치와 스팸 세트는 5만~10만원대, 고급스러운 동양적 포장을 적용한 발효간장과 참기름 세트는 최고 15만원대를 호가했다. 반면 샴푸·치약 등 욕실용품 세트는 4만~5만원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았다.

부모님 선물을 고르는 손님이 많다는 매장 직원의 말처럼 명절 선물은 늘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였다. 시대에 따라 명절 선물에 담긴 의미와 풍경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좋은 것’에서 ‘필요한 것’으로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절 선물은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품목과 형태가 달라졌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던 데서 출발해 생활용품과 기호품 등으로 선택지가 넓어졌다.

먹는 게 중요했던 1960년대에는 설탕·라면·맥주·커피 등 식료품이 주요 선물이었다. 활발한 산업화로 선물세트에 변화가 일어난 1970년대에는 비누와 치약 등 생활용품이 주목받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선물 범위가 술과 커피 등으로 넓어졌다.

1980년대에는 갈비와 과일 등 식품세트가 등장하고 화장품 등으로도 선물의 범위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것을 넘어 품질과 포장·상품 가치를 따져 상대방에게 더 좋은 것을 골라주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상품권이 현물 중심의 선물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1998년 롯데백화점이 본점 고객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때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 조사에서 상품권이 양쪽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주고 싶은 선물로는 상품권(25%)에 이어 가공식품·생활용품이 언급됐고, 받고 싶은 선물로는 상품권(22%)에 이어 화장품과 갈비세트·건강식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 침체와 할인점 확산으로 실속형 선물이 주목받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홍삼·인삼·버섯·꿀 등 건강식품이 주요 선물로 자리 잡았다.

추석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식품매장 명절 선물 코너에 다양한 선물세트가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김동환 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식품매장 명절 선물 코너에 다양한 선물세트가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김동환 기자

◆코로나19, 변화점이 되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명절 선물 흐름의 주요 변화점으로 기억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010년대까지 전통 제수 과일인 사과, 배를 비롯해 명절 대표 음식으로 즐기던 갈비찜용 한우 등이 인기를 끌었다”며 “팬데믹 기간 비대면 명절 쇠기가 많아지면서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을 보내는 움직임이 확산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소수 가족만 모이면서 찜갈비나 제수용 과일보다 맛있는 한 끼를 위한 구이용 한우와 디저트 과일도 인기를 끌었다”고 덧붙였다.

명절상을 차리기 위한 선물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한 끼를 위한 선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위생용품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선물세트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졌다. 명절 기간 대규모 모임보다 소규모 가족행사나 여행을 가는 흐름이 이어졌고, 신선식품을 넘어 식기나 가전 등 실용적인 선물을 찾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식품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소비하기보다 소포장 고기처럼 필요한 만큼 꺼내 먹을 수 있는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명절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위한 선물에서 일상에 맞춘 선물로 의미가 변화했다는 게 백화점 업계의 분석이다.

◆선물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

이처럼 명절 선물의 역사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 성장기에는 생필품을 주로 주고받았고,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상품권 등장으로 받는 사람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명절 보내는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선물도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시대에 따라 선물의 품목과 가격대는 변해 왔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의 형태와 종류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졌지만 그 바탕에는 상대방을 향한 진심이 있다”며 “최근에는 받는 사람의 취향과 필요를 세심하게 고려해 선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