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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전술적 실패를 무수히 돌려봤을텐데...“홍명보 감독 존중, 평가는 적절치 않아” 모레노 감독, ‘동방예의지국’에 딱 어울리는 임시 사령탑이 왔다

[천안=남정훈 기자]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감독으로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홍명보 전 감독의 ‘헛발질’ 덕분이었다. 그랬기에 임시 감독직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무수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홍 전 감독의 전략적, 전술적 실패를 분석했을 테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 축구인으로서 홍 전 감독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아닌 그저 존중을 외쳤다. 이 모습에서 한국 축구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의 첫 인상이 결정됐다. ‘예의’.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던 것을 알았을까. 취재진 그리고 축구팬들과의 첫 만남에서 너무나도 깔끔한 예의로 큰 인상을 남겼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임 일성과 함께 9∼10월 A매치 기간에 치르는 평가전 4경기에 나설 30명의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모두 발언에 앞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전한 모레노 감독은 “믿고 맡겨준 대한축구협회와 성원을 보내주는 축구 팬들께 감사하다.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홍 전 감독이 이끌던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했기에 모레노 감독의 임시 감독직 선임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가 질문에서 빠질 수 없었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은 즉답을 피했다. 그는 “동료 감독들을 존중한다. 대표팀의 원칙 중 하나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실수는 대외적인 공표보다는 팀 내부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서 “물론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충분히 분석했다.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면밀히 살펴봤지만, 전임 감독에 대해 ‘이런 저런 부분이 부족했고, 개선해야 한다’라는 식의 공개적인 평가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에 최초 발탁된 김민수(레인저스)를 비롯해 FC 서울의 K리그1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지만, A대표팀에선 단 2경기만 소화한 정승원의 발탁 배경과 전북 현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의 미발탁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모레노 감독의 ‘예의’라는 기조는 분명했다. 그는 “선발하지 않은 선수를 일일이 얘기하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이승우의 미발탁 이유에 대한 답변을 짤막히 끝낸 뒤 “깜짝 발탁에 해당되는 선수들에게 전달할 내용도 공개적으로 먼저 얘기하기보다는 해당 선수를 직접 만나 이유를 얘기한 후에 말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된 선수들은 현재 경기력이 좋고, 팀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보고 뽑은 것이다. 최근 10경기를 중점적으로 보고 뽑은 것임을 얘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호’의 실패 원인으로는 축구 자체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대표팀 내부 분위기나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모레노 감독은 10살 난 아들과의 일화를 들려주며 센스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월드컵 당시 대표팀 분위기에 대한 내용을 전달 받았고 파악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은 패배했을 땐 문제들이 많이 부각되고, 승리하면 그런 문제들이 가려진다. 나와 코칭스태프의 임무는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 사례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지난주에 10살난 내 아들이 발목을 다쳤다. 한 달 간 축구를 할 수 없게되어 실망스러워 하고 있는 아들에게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한 달 후를 생각할 필요없다. 현재에 집중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을 것을 생각해’라고 말해줬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한국 축구를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약 4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마치자 모레노 감독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취재진들과 처음 만났으니 악수나 한 번 합시다” 그는 일일이 취재기자, 사진기자, 카메라기자들과 손을 맞잡으며 눈인사를 나눴다. 인사만 잘 하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예의 하나는 끝장나는 모레노 감독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