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급여일 무렵이면 직장인들의 스마트폰에는 카드 대금 결제와 통신비 등 온갖 자동이체 알림이 잇따른다. 비싼 명품을 사거나 거창한 외식을 한 기억도 없는데 통장 잔고는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비어간다. 다수 월급쟁이가 매달 겪는 현실적인 스트레스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38) 씨는 지난 5월쯤 최근 3개월간의 카드 명세서와 입출금 내역을 작심하고 뜯어봤다. 범인은 거창한 낭비가 아니었다. ‘언젠가 쓰겠지’라며 방치해 둔 1만~2만 원 안팎의 소액 고정비가 매달 차곡차곡 쌓여 통장을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김 씨는 100일 동안 일상에 큰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고정지출 4가지를 덜어내는 실험을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 중복 구독과 통신비 덜어내기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스마트폰 속 온라인 서비스였다. 여러 개를 동시에 구독하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유료 클라우드를 점검해보니, 실제로 매일 들여다보는 플랫폼은 하나에 불과했다. 거의 켜지 않던 서비스 2개를 해지하고 요금제를 정리하자 매달 약 3만 4000원의 구독료가 바로 굳었다.
휴대전화 요금도 거품을 뺐다. 매달 7만~8만 원대를 내던 기존 5G 요금제 대신 알뜰폰(MVNO) LTE 요금제로 갈아탔다. 집과 사무실에서는 주로 와이파이를 쓰다 보니 체감하는 통신 속도나 품질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통신비는 매달 4만 8000원가량 가벼워졌다.
K·패스 연계 ‘The 경기패스’ 도입과 배달 앱 지우기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부담이 컸던 출퇴근길 대중교통비도 손질했다. 경기도민 맞춤형 교통비 지원 사업인 ‘The 경기패스(K·패스)’를 전용 카드로 등록해 활용한 결과, 환급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달 대중교통 이용 금액 10만 3000원(65회 탑승) 가운데 무려 7만 8000원이 환급금으로 계좌에 되돌아왔다. 광역 이동 동선은 그대로 유지한 채 결제 카드만 바꿨을 뿐인데 교통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방어해낸 셈이다.
가장 체감이 컸던 항목은 배달 음식이었다. 주 3~4회씩 습관적으로 켜던 배달 앱을 과감히 줄이고,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봐 간단한 한 그릇 요리로 저녁을 챙겨 먹었다. 배달 대행료와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 불필요하게 늘어나던 식비가 정리되면서 월 17만 원가량이 통장에 남았다.
통장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
김 씨가 100일간 점검한 4개 항목의 월 절감액은 총 33만 원에 달한다. 1년 단위로 따지면 연간 약 396만 원에 이르는 여유 자금을 챙긴 격이다. 시중은행 정기적금에 매달 상당한 목돈을 부어야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를 지출 방어로 만들어낸 셈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 월급만으로 가계 살림의 숨통을 틔우기는 쉽지 않다.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무의식중에 새어나가던 비효율적 고정비를 짚어보는 것이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가계 방어책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