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진행되던 지난 11일 오후 5시50분쯤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인 유웨이어플라이(유웨이)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오후 6시였던 일부 대학 원서접수 마감 시각이 오후 7시로 1시간 연장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교육부는 장애 당시 원서를 작성하거나 결제를 시도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구제 절차를 마련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마련한 구제 절차에 따라 유웨이는 14일부터 56개 대학을 대상으로 피해 수험생의 구제신청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웨이뿐 아니라 또 다른 대행사 진학어플라이의 원서접수 시스템까지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과 민간 대행사 간 개별 계약으로 시스템이 운영되는 과정에서의 관리상 사각지대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산 오류 원인과 장애 대응 체계 전반을 살펴볼 방침이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대학 원서접수는 특정 기간에 대규모 접속이 집중되는 특성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된다.
접수 마감 직전에는 수많은 수험생이 동시 접속해 원서 작성과 결제를 진행한다. 한 번의 장애가 수험생의 입시 기회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시스템 안정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관련 시스템 투자의 중요성은 높아지지만 관련 시장 외형은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유웨이의 매출은 2011년 268억원에서 2020년 155억원으로 감소했고, 진학사 매출은 같은 기간 103억원에서 119억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회사의 합산 매출로 보면 2011년 371억원에서 2020년 274억원으로 약 26% 줄었다. 같은 기간 수험생 규모는 71만명대에서 40만명대로 감소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다고 원서접수 시스템에 요구되는 안정성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원서접수 플랫폼은 서버뿐 아니라 보안, 개인정보 보호, 결제, 장애 대응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수요가 특정 날짜와 시간에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사업 특성상 평상시보다 훨씬 큰 접속량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 여유 용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 규모와 시스템에 요구되는 안정성 사이의 간극은 신규 사업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왔다가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앞서 EBS는 2006년 인터넷 대입 원서접수 대행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민간업체 중심의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EBS는 원서접수 수수료 총매출의 10%를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당시 자체적으로도 100억원대의 인프라와 비용 투자가 필요해 3~4년 동안은 거의 순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BS의 원서접수 대행사업은 불과 8개월 만에 종료됐다.
EBS는 장비비 42억원, 개발비 19억원, 비용예산 7억여원 등 총 67억8000만원을 투입했지만 원서접수 수익은 6755만원, 대학 광고 수익은 5524만원으로 전체 수익은 1억2279만원에 그쳤다.
당시 약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 원서접수 대행시장에 뛰어든 EBS가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사업을 장기간 이어가지 못한 사례는 원서접수 시장의 수익성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여년 발전한 기술과 달리 원서접수 시장 구조는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험생 수는 감소하는데 원서접수 시스템은 한 번의 마감 순간을 위해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유지해야 하고, 평소에는 수요가 제한적인 반면 특정 시기에 접속이 집중되는 특성 탓에 새로운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고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웨이와 진학어플라이가 대학 원서접수 대행 시장의 양대 사업자로 자리 잡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도 이런 시장 특성이 거론된다.
유웨이와 계약한 4년제 대학은 102곳, 진학어플라이와 계약한 대학은 96곳이고 두 업체와 중복으로 계약한 대학은 8곳이다.
대학 원서접수 시장에서 두 업체의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장애를 계기로 민간 대행업체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자 교육부는 원서접수 시스템의 직접 관리 방안 검토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긴 만큼 (원서접수 시스템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시 원서접수 261만여건 중 시스템 장애로 접수를 완료하지 못한 학생을 최대 1200여명으로 추정 중인 교육부는 대교협과 함께 16일까지 구제 신청을 받아 장애 당시 로그인·원서 작성·저장·결제 시도 등의 전산 기록을 토대로 구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교육부의 방침에는 시스템 구축·유지 예산 확보, 대학별 복잡한 전형 요강을 유연하게 수용할 공공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 등의 과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의 직접 관리 방식으로 전환해도 대규모 접속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시스템 구축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학마다 다른 전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구현할지 등이 과제로 남는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대입 원서접수는 국가적 입시 인프라에 가깝다”며 “서비스 영역과 공공성이 필요한 인프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