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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피린 인형처럼 키운다…한미약품, OTC 8종 묶을 ‘앤’ 띄웠다

딱딱했던 의약품 포장에 캐릭터가 들어오고 있다. 제품 효능을 알리는 데 그쳤던 제약사들이 자체 캐릭터를 만들거나 인기 캐릭터와 손잡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제공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도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의 일반의약품(OTC) 브랜드 ‘앤 시리즈’를 대표하는 공식 캐릭터 ‘앤’을 선보이며 통합 브랜딩에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코앤·눈앤·목앤·코앤쿨·코앤쿨에스·눈앤쿨·눈앤큐·두피앤 등 8종으로 구성된 앤 시리즈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했다.

 

앤 시리즈는 인후염 치료제인 목앤을 비롯해 인공눈물 눈앤, 비강 습윤제 코앤, 코감기 치료제 코앤쿨·코앤쿨에스, 점안제 눈앤쿨·눈앤큐, 지루성피부염 치료제 두피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식 캐릭터 앤은 빨간 머리와 발그레한 볼을 지닌 소녀 캐릭터다. 코앤·목앤·눈앤 등 제품명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앤’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로 다른 효능과 형태의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

 

캐릭터 선정에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온라인팜, 한미정밀화학, 제이브이엠 등 그룹 임직원 500여명이 참여했다. 4종의 후보를 대상으로 선호도 투표를 진행한 뒤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 캐릭터를 결정했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앤을 제품 패키지와 약국 마케팅 제작물, 소셜미디어(SNS) 콘텐츠, 의약품 광고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의약품과 캐릭터를 결합하는 전략 자체는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표적인 장수 사례는 동아제약의 감기약 판피린이다.

 

1961년 출시된 판피린은 두건을 쓴 여성 캐릭터인 이른바 ‘판피린 인형’과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구를 앞세워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동아제약도 판피린 공식 브랜드 페이지에서 이를 ‘성공적인 캐릭터 마케팅 전략’으로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릭터의 역할이 포장이나 TV 광고를 넘어 SNS와 유튜브, 굿즈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어린이용 가그린에 자체 캐릭터 ‘가글링즈’와 ‘카악이’를 활용하고 어린이 감기약 챔프와 소화제 베나치오키즈에는 판다 캐릭터 ‘판디’를 적용해왔다. 제품 특성과 주요 소비층에 맞춰 별도의 캐릭터를 붙이는 방식이다.

 

실제 동아제약 챔프는 해열제뿐 아니라 기침·감기·알레르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하나의 어린이 OTC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 자체 캐릭터를 별도의 콘텐츠 IP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2024년 자체 개발한 곰 캐릭터 ‘아르미’를 공개했다. 건강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유튜브 캐릭터로, 대웅제약의 브랜드 색상인 주황색 망토를 두른 모습이다. 단순 제품 패키지용 캐릭터보다 회사의 건강 콘텐츠를 전달하는 화자에 가깝다.

 

삼진제약은 헬스케어 브랜드 ‘위시헬씨’에 구경선 작가의 토끼 캐릭터 ‘베니’를 활용한 ‘위시래빗’을 선보였다. 서울 빛초롱 축제에 위시래빗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련 굿즈를 제공하는 등 캐릭터를 오프라인 행사까지 확장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미가 앤을 단순 패키지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독립된 브랜드 자산으로 키울 경우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다.

 

자체 캐릭터를 처음부터 키우는 대신 이미 팬층을 확보한 캐릭터와 손잡는 전략도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2024년 스팟패치 브랜드 ‘이지덤 뷰티’와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 시나모롤을 결합한 한정판 제품을 내놨다. 시나모롤 캐릭터를 제품과 파우치에 적용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태극제약도 어린이용 코 질환 치료제 ‘메타리빈액’에 ‘아기상어’ 캐릭터를 적용했다. 어린이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특성에 맞춰 익숙한 캐릭터를 패키지에 활용한 사례다.

 

제약사가 캐릭터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OTC 시장의 특성이 있다. 처방전 없이 소비자가 약국에서 직접 선택하는 일반의약품은 제품명과 패키지에 대한 기억이 구매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효능이 서로 다른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야 하는 경우 캐릭터가 공통된 시각적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판피린이 캐릭터를 통해 장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축적했다면 최근 제약사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SNS 콘텐츠와 굿즈, 팝업·오프라인 행사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미의 ‘앤’ 역시 제품 포장을 넘어 독립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브랜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