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도의 재정 악화 원인으로 전임 도정의 확장재정을 겨냥하자 김동연 전 지사가 침묵을 깨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전·현직 경기지사가 재정 악화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김 전 지사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정이 어렵다는 것과 그 원인을 전임 도정의 확장재정에서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추 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고(三高) 위기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국비가 삭감된 상황에서 경기도가 민생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했다”며 “민생과 미래 투자를 위한 확장재정은 잘못이 아니라 책임 있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적자를 감수한 확장재정이 이재명 전 지사의 민선 7기부터 이어진 기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도의 재정 위기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2.86%로 전국 시·도 평균(15.52%)이나 서울시(21.62%)보다 낮고 정부 주의 기준(25%)에도 못 미친다”며 “근본적 원인은 취득세 급감 등 취약한 세수 구조에 있으며, 채무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도마저 지출을 줄였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며 “민선 8기에는 생계·돌봄과 지역화폐, 소상공인 지원을 유지하면서 반도체와 재생에너지, 사회적 경제 등 미래투자를 이어갔고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와 기금 차입 등으로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민생사업 예산을 9개월분만 편성한 데 대해 “9개월 뒤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며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세입 여건을 다시 살핀 뒤 시급성이 낮은 사업을 감액·조정해 부족한 재원을 보완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선 “새 도정이 정책 방향을 세울 시간을 존중하고, 도민과 당에 불필요한 논쟁을 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현직 지사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민선 7·8·9기 도정 전체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준호 전 경기도의원은 “이재명·김동연·추미애 도정의 기금 차입, 지방채 발행, 예산 편성 경위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며 경기도의회에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고 전 의원은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12억원대 전세 관사를 얻고 10~12월 출생아 산후조리비 지원을 기습 중단한 추 지사의 해명은 도민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가 내년도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보조율을 최대 30%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조치로 도와 시·군이 분담하던 961개 보조사업 중 43.8%인 421개 사업이 영향을 받게 됐다.
당장 청년·농민기본소득 등 보편 복지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천시의 경우 농민기본소득 도비 지원 비율이 50%에서 10%로 급감해 시 부담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고양시는 이미 올해 4분기 청년기본소득 사업 재개 방침을 접었다.
도는 “재정 정상화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