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일거리가 끊긴 뒤 폐건물에서 지내던 40대 남성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감자떡 2봉지를 훔쳤다. 형사들은 그에게 다시 설 수 있게 연결 경로를 제공했다. 노숙인 쉼터와 재활시설, 긴급복지지원은 따로 흩어져 있어 스스로 찾아가기 어렵다.
◆ 감자떡 2봉지…붙잡고 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15일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3시55분쯤 춘천 동부시장의 한 떡 가게에서 감자떡 2봉지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절도 혐의로 A씨(49)를 붙잡았다. 조사를 이어가던 중 A씨가 오랜 기간 생계와 주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최근 일거리가 끊긴 뒤 인근 폐건물에서 노숙 생활을 해 왔다. 그는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다 결국 가게 음식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헤어졌고, 아버지마저 소재가 불분명해진 이후 일정한 거처 없이 전국을 떠돌며 홀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사건 처리에서 멈추지 않은 형사과
사정을 접한 춘천경찰서 형사과 직원들은 A씨가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지역 행정복지센터와 춘천지역 노숙인 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긴급생활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등 복지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또 일자리 알선과 자격증 취득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원주의 한 노숙인 재활시설에 A씨가 입소할 수 있도록 연계했다.
현장에서 A씨의 사정을 접한 박찬모 강력2팀장과 박광호 경사는 당장 생활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비 7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상기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범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하지만 생계형 범죄의 경우 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이 다시 범죄에 내몰리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A씨의 절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즉결심판이나 훈방 등 감경 처분 여부를 심의하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선처의 문 넓어져
한편 A씨가 비켜 간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찰이 경미한 사건을 즉결심판이나 훈방으로 돌려 전과 기록이 남는 것을 줄이려고 운영하는 절차다. 초범인지, 생계형 동기인지, 피해가 회복됐는지를 함께 본다.
회부되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 일선 경찰서가 심사위에 올린 인원은 2024년 7840명에서 지난해 1만670명으로 늘었고, 올해 1월에는 5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0명보다 70.6% 많았다.
경미범죄심사를 활성화하면 경찰이 중요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가는 일을 막는 민간 대출도 규모가 커졌다.
장발장은행은 지난 1일 심사에서 벌금 미납 위기에 놓인 25명에게 7482만원을 무담보·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