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호암마을에는 높이 35m짜리 바위가 거꾸로 꽂힌 호리병 모양으로 서 있다. 사진에 담기는 것은 대개 이 바위 하나지만, 2021년 12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병바위 하나가 아니다. 술병과 소반, 신선이 앉았다는 자리까지 14만1547㎡가 한 묶음으로 ‘고창 병바위 일원’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 술병 하나가 아니라 술상 한 벌
바위 이름의 유래는 술자리다. 선동마을 뒤 잔칫집에서 몹시 취한 신선이 소반을 걷어차자 그 위에 있던 술병이 굴러 거꾸로 꽂혔고, 그것이 병바위가 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설화는 바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청이 2021년 9월 8일 지정예고 때 밝힌 명승 범위에는 병바위와 함께 소반바위, 전좌바위(두락암), 그리고 전좌바위 옆면에 들어선 작은 정자 두암초당이 들어 있다.
걷어차인 소반과 술병, 신선이 앉았던 자리가 모두 이름을 얻어 한자리에 남은 셈이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일대를 금반옥호(金盤玉壺), 곧 금소반 위의 옥병이라 불렀다. 취해 누운 신선이라는 뜻의 선인취와(仙人醉臥)라는 이름도 함께 전해 온다.
◆ 보는 방향에 따라 호리병, 또 사람 얼굴
병바위는 백악기 유문암질 용암과 응회암이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병바위를 이루는 유문암이 주변 화산력응회암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덜 깎여 나간 결과다.
그래서 바위는 가파른 수직 절벽을 이루고, 표면에는 벌집처럼 파인 타포니 구조가 남았다. 바위에는 백화등과 담쟁이가 붙었고 둘레에는 소나무 군락이 섰다.
보는 방향에 따라 엎어놓은 호리병으로도, 사람 얼굴로도 읽히는 것이 이 바위를 찾는 이유다.
◆ 고문헌에도 이미 명승으로 기록
병바위가 이름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지정예고에서 이 일대가 여지도서와 대동지지 등 옛 문헌에 기록된 오래된 명승이라고 밝혔다.
조선 중기 이후로는 두암초당을 중심으로 학문을 익히고 가르치던 자리였고, 그 뒤로도 시와 글, 그림의 소재가 됐다.
명승 지정은 2021년 9월 8일 30일간의 예고를 거쳐 그해 12월 6일 확정됐다. 국가유산포털에 등록된 지정 면적은 14만1547㎡, 분류는 자연유산 가운데 역사문화경관이다.
바위가 선 전북 서해안 일대는 2017년 9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이후 2023년 5월 17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고창 13곳과 부안 19곳 등 32곳이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으며 병바위도 그중 하나다.
◆ 상시 개방에 입장료도 없다
한편 병바위는 따로 문을 여닫지 않는다. 입장료 역시 받지 않는다.
관광공사가 내놓은 여행 안내에는 바위 아래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고, 아산초등학교나 영모정 입구에 차를 두고 걷는 방법이 적혀 있다.
둘러보는 순서는 병바위에서 시작해 아산초등학교를 지나 두암초당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길이 무난하다. 명승으로 묶인 네 곳 가운데 셋을 이 길에서 볼 수 있다.
바위만 보고 돌아서면 걷어차인 소반도, 신선이 앉았다는 자리도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