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살아가던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는 어느 밤 다리 위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이후 암스테르담의 한 바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자신을 ‘고해판사’라 소개하며 지나온 삶을 털어놓는다.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펴낸 마지막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전락’이 관객을 만난다. 연극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공동창작 집단 양손프로젝트의 멤버인 배우 손상규가 2022년 직접 각색·연출·출연을 맡아 초연한 이후 네 번째 무대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 여러 화제작에 출연한 손상규는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에 도전했고, 이후 ‘타인의 삶’·‘바냐 삼촌’ 등에서 원작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무대에 옮기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윤나무와 이동휘가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 역을 맡는다.
원작은 카뮈가 195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손상규는 소설이 지닌 긴 이야기와 복잡한 시공간을 덜어내고 과거의 기억과 다리 위에서 벌어진 사건을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원작 속 이름 없는 ‘당신’은 객석의 관객이 되어 클라망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락’은 한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윤나무와 이동휘는 이 작품에서 강한 연극적 도전과 매력을 발견했다. 두 배우가 빚어낼 서로 다른 결의 클라망스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클라망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인물이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는 특유의 천연덕스러움과 유머가 배어 있다. 이 상반된 면모가 한 인물 안에 정교하게 쌓여갈수록 관객은 그의 모순을 마주하는 동시에 그를 향한 따뜻한 연민을 품게 된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온 더 비트’ ‘썬더’ 등 다양한 1인극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며 ‘믿고 보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 윤나무는 이번에 그만의 클라망스를 선보인다. 매 작품 깊이 있는 인물 해석과 밀도 높은 연기로 관객의 신뢰를 쌓아온 만큼 그가 이번에는 어떤 인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동휘는 ‘타인의 삶’ 초연으로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뒤 ‘튜링머신’, ‘타인의 삶’ 재연 등으로 꾸준히 무대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락’으로 처음 1인극에 도전한다. 서울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10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