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웨스트 170번지 뉴욕역사협회 박물관. 4층 한쪽에 ‘타일러 클레멘티의 음악 인생’이라는 상설 전시가 있다. 2000년산 독일제 바이올린과 활 두 개, 검은 케이스. 악보대 위 막스 브루흐 협주곡 1번 악보에는 타일러의 이름표가 붙어 있고, 옆 화면에서는 2010년 열여덟 살의 타일러가 전주곡을 켜는 6분8초짜리 영상이 돌아간다. 설명문은 이렇게 끝난다. ‘여기 놓인 물건들은 그의 음악 인생의 기쁨을 비춘다.’
그 기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박물관에서 몇 블록 떨어진 카페에서 만났다. 어머니 제인 클레멘티(사진) 타일러클레멘티재단 대표는 아들 이름을 말할 때 목이 잠겼다. 타일러는 친절하지만 주목받는 건 싫어하는 아이였다고 했다. 제인 대표는 “한국 부모들이 악기를 많이 시키니까, 오케스트라를 하다 보니 한국인 친구가 많았다”며 한국에서 온 기자를 맞았다.
타일러의 죽음은 미국에서 사이버 괴롭힘과 성소수자 청소년 문제를 공론화한 계기가 됐다. 모두가 타일러를 이야기했지만 그를 진짜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제인 대표는 “타일러 이야기를 존중을 갖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7년간 간호사로 일한 그가 입을 열기까지 15개월이 걸렸다. 그는 당시를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고, 누가 말해도 웅성거림으로만 들렸다”고 기억했다. 2011년 12월 아침 방송에 처음 나갔다. 제인 대표는 “그때 방송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다. 말은 느리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고 했다. 그 무렵 시작한 심리상담을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받고 있다.
재단이 제 모습을 갖춘 건 2012년 뉴욕의 한 독지가가 거액을 기부하면서다. 그때 처음 상근 이사를 뒀다. 재단의 중심 활동은 괴롭힘을 보고도 지나치는 방관자 대신 나서는 사람이 되자는 서약 캠페인이다. 대학에 괴롭힘 방지 정책을 의무화하는 연방 법안에는 아들 이름이 붙었다. 2010년 첫 발의 뒤 아직 계류 중이다. 제인 대표는 “법의 힘은 안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쪽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유족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미국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당뇨가 있으면 인슐린을 맞고 심장이 나쁘면 식단을 바꾼다. 정신건강도 그렇게 대해야 하는데 낙인과 부끄러움이 있다. 자살은 거기에 층이 하나 더 있다. ‘내 아이는 왜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로 계속 돌아간다. 그래서 더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 이야기는 노래로도 남았다. 작곡가들이 헌정한 아홉 곡짜리 합창곡 ‘타일러 모음곡’에는 어머니의 노래와 아버지의 노래, 형제의 노래가 있고 바이올린이 그 사이를 잇는다. 오는 11월 타일러가 다녔던 뉴저지 러트거스대에서 연주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