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2005년 국무위원 전체로 청문회 대상이 확대된 이후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대통령제 국가다. 비록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더라도 국회의원에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지명한 김 후보자 방어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문회장은 검증은 고사하고 여야 의원 간 고성과 삿대질만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재선의원인 김 후보자는 2021년 제약사 측 브로커의 로비를 받고 해당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식약처에 전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는 하나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반성하고 진솔한 해명을 내놓기는커녕 의혹을 폭로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수사 기밀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아예 ‘한동훈 게이트’로 규정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민의힘이 다수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반대로 단 한 명의 증인이나 참고인도 없는 ‘맹탕 청문회’가 진행됐다. 김 후보자가 가족을 상대로 제기된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떨구자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됐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국회가 청와대·정부편을 드는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입법부 권한을 포기하는 듯한 이런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에게만 예상 질의응답(Q&A) 자료를 전달했다고 한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면서 청문회장에서 야당 의원의 임상시험 질문에 대해선 “나는 문과(인문계)라서 치료제 성능은 알 수 없다”고 둘러댔다. 이런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정식으로 임명될 경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우려스럽다. 청와대는 현 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직시해야 한다. 국무위원 자격조차 없는 인물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해도 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