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도민 청원이 게시 닷새 만에 동의자 3만명을 돌파하자 경기도가 대변인 서면 브리핑으로 답변을 갈음한 뒤 추가 동의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민과 소통하겠다며 도입한 도민 청원 제도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11일 경기도청원 누리집에 접수된 ‘추미애 도지사 사퇴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이날 오전 9시30분쯤 ‘답변 완료’ 상태로 전환했다.
이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재정이 당장 위기가 아님에도 도지사가 주관적 판단으로 재정 비상을 강행해 5465억원의 세출을 깎아냈다”며 “공무원 인센티브까지 감축하면서 정작 본인은 12억원 넘는 47평형 아파트를 관사로 계약했다”고 사퇴 요구 이유를 밝혔다.
◆닷새 만에 이례적 종결…‘재청원 금지’ 공지
시스템상 답변이 완료되면 추가 동의 참여는 불가능해진다. 해당 청원은 3만775명 동의에서 조기 종료됐다. 당초 동의 수렴 기간은 오는 10월11일까지 30일간이었으나, 불과 닷새 만에 절차가 마감된 셈이다. 도지사 답변 요건인 동의자 1만명을 넘긴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를 두고 통상 한 달씩 주어지던 답변 기일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되며, 동일 청원 재접수까지 원천 봉쇄돼 소통 창구를 스스로 차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14일 올라온 ‘지하철 3호선 파주연장사업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및 조속한 착공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은 답변 요건인 동의자 1만명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답변 대기’ 상태다.
‘경기남부광역철도가 5차 국가철도망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 청원은 7월15일 답변 요건인 1만명을 넘겼지만, 지난 1일에야 추 지사가 직접 답했다. 다른 청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후조리비 지원 중단 관련 청원’은 지난 9일 올라와 하루 만에 1만명을 넘겼지만, 도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전히 ‘답변 대기’로 남아있다.
도가 내놓은 ‘답변’ 역시 도지사의 직접 소통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도는 전날 배포한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청원 답변 글로 그대로 올렸다.
홍 대변인은 “어제 서면 브리핑 내용을 지사에게 보고했고, 지사가 이를 청원 답변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안부터 지사와 상의해 충분히 뜻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그대로 ‘재탕’하거나 ‘복붙’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답변 요건을 이미 충족했는데, 30일간 끌면서 의견 수렴 기간을 모두 채우는 것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청원 운영 지침상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도민청원은 2019년 1월 이재명 전 지사 시절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벤치마킹해 첫선을 보였다. 당시에는 30일간 5만명 넘게 동의하면 실·국장이나 지사가 답변하는 구조였다.
이후 김동연 지사 재임 시절 도민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답변 기준을 ‘1만명 이상’으로 낮췄고, 도지사 직접 답변으로 개편했다.
◆‘도지사직 박탈’ 등 우회 청원…배임·직권 남용 등 고발
도는 “이미 답변이 완료된 동일한 내용의 청원은 처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공지를 내걸어 추 지사 사퇴 관련 요구의 재접수를 불허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게시판에는 이날 추가로 ‘도지사 사퇴 청원’이 올라왔지만 숨김 처리가 됐다. 반면 전날 올라온 ‘추미애 경기도지사 연임’ 청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179명이 동의했다.
결국 도의 이번 조치는 동의 확산을 서둘러 차단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도민들은 불통 행정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퇴 청원 파동은 추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이후 산후조리비 지원을 종료하고 시·군 보조금을 삭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12억원대 전세 관사와 7700만원대 관용차를 마련한 ‘내로남불’ 논란에서 비롯됐다.
이날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추 지사를 업무상 배임 및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김한메 사세행 상임대표는 “경기도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