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라카 원전으로 다진 협력을 인공지능(AI), 디지털금융, 자율주행, 게임·콘텐츠 등으로 넓힌다. 한국의 기술·산업 경쟁력에 아부다비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제3국 시장까지 함께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은 지난 16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아부다비 투자포럼 서울 2026(ADIF Seoul)’을 열고 한국 기업·투자자들과 투자·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DIO가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ADIF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아부다비 정부기관과 한국 기업 간 총 7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과 한화생명은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협력하고, ADIO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기술, 카카오게임즈와 게임·콘텐츠 분야에서 각각 협력을 추진한다.
이번 포럼의 초점은 한국의 기술과 아부다비의 투자 역량을 묶어 사업화와 해외 진출까지 이어가는 데 맞춰졌다. 공동 연구개발(R&D)에 그치지 않고 투자와 사업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양국 경제협력의 출발점에는 바라카 원전이 있다.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은 2024년 4호기까지 모두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총 4개 호기가 연간 약 40TWh의 전력을 생산하며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한다.
원전에서 쌓은 경험은 제3국 공동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은 지난 2월 핵연료 공급과 원전 정비 역량 강화, 원전 운영에 AI를 접목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실행 전략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방산과 투자 분야에서도 대형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국은 지난 2월 방산 분야 350억달러 이상, 투자협력 분야 300억달러 등 모두 650억달러 이상의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300억달러 규모 투자협력은 한국 기업의 UAE 진출과 제3국 공동 진출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650억달러는 양국이 추진하기로 한 협력사업의 전체 규모다. 실제 계약 체결과 투자 집행은 사업별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 기업에는 아부다비의 산업구조 전환이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아부다비가 AI와 금융, 첨단기술, 제조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교역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지난 5월 1일 발효됐다. UAE는 최장 10년에 걸쳐 품목 수 기준 91.2%의 관세를 철폐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가전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도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아직 상당수 사업은 MOU 체결이나 사업 검토 단계다. 실제 투자와 매출로 이어지려면 기업별 후속 협상이 필요하다. 양국은 바라카 원전으로 시작한 협력을 AI와 디지털금융, 자율주행, 콘텐츠 등으로 넓히면서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한 제3국 공동 진출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