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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이 브랜드가 된다…기업들, 어린이 미술대회 판 키우는 이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일회성 사회공헌 행사를 넘어 기업의 철학이나 대표 상품을 알리고, 수상작을 실제 제품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선진 제공
선진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은 이날 ‘제16회 선진가족 어린이 그림대회’를 개최한다.

 

선진 그림대회는 2011년 임직원 자녀가 부모의 일터를 그리는 ‘일터 그리기 대회’로 출발했다. 이듬해 어린이 그림대회로 확대된 뒤 임직원과 협력사, 고객을 넘어 해외 사업장 어린이들까지 참여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 미얀마, 인도 등 선진이 사업을 펼치는 국가의 어린이들도 참여한다. 지난해부터는 선진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서울 강동구 주민의 13세 이하 자녀에게도 문을 열었다.

 

그림 주제 역시 기업이나 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데서 벗어나 가족과 친구, 자연, 이웃 등 어린이가 생각하는 행복한 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가족·친구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뒤에는 친환경 농장과 해양 정화 등이 작품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스마트농업과 과학기술을 이용해 미래를 바꾸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도 늘었다. 기업이 정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통해 시대 변화를 읽는 방식이다.

 

어린이 그림대회를 브랜드와 직접 연결하는 기업도 있다.

 

농심은 올해 ‘제2회 새우깡 어린이 그림대회’를 열었다. 주제부터 ‘나의 상상력으로 그리는 새우깡’이다. 어린이들이 새우깡을 소재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한 행사다.

 

지난해 처음 열린 대회에는 전국 12세 이하 어린이 작품 6313점이 접수됐다. 농심은 학교나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은 스낵을 그림 소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다른 스낵으로도 그림대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어린이 미술대회가 기업의 대표 상품과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브랜드 활동으로 발전한 셈이다.

 

그림을 행사장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상품에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CJ프레시웨이의 키즈 식품 전문 브랜드 아이누리는 올해 5회째 ‘자연스럽게 먹자!’ 식습관 공모전을 열었다. 미취학 아동이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시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올해에는 친환경 메시지도 추가됐다.

 

참여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공모전에는 그림과 놀이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총 7162건이 접수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 부문 대상과 최우수상 작품은 연내 출시 예정인 아이누리 자체브랜드(PB) 신상품 패키지 디자인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수상작도 주스와 과자 등 후식류 6종 패키지에 실제 적용됐다. 아이가 그린 그림이 공모전 수상작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가 마트와 급식 현장에서 접하는 상품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장기 운영 자체가 기업의 사회공헌 브랜드가 된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제34회 자연사랑 어린이 미술대회’를 진행했다. 1993년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진 전국 규모 행사다. 올해는 ‘숲과 바다’를 주제로 작품을 모집했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후원했다.

 

환경 보호와도 직접 연결했다. 온라인 예선 출품작 한 점당 1000원을 적립해 환경보호 활동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어린이 미술대회를 환경교육과 ESG 활동으로 확장한 사례다.

 

기업들이 그림대회를 장기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행사는 부모와 가족까지 자연스럽게 브랜드 접점을 넓힐 수 있고, 환경·건강·가족 등 기업이 강조하는 가치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은 어린이 그림대회를 세계적인 스포츠·문화 행사와 연결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는 2026 FIFA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림 공모전을 진행했다. 월드컵을 응원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수상자에게 월드컵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자체보다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콘텐츠를 앞세워 어린이와 가족을 브랜드 경험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선진 역시 국내 임직원 가족 행사에서 시작해 협력사와 고객, 지역사회, 해외 사업장으로 참여 대상을 계속 넓혀 왔다. 기업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어린이 그림을 매개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장기간 쌓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과거 기업 어린이 그림대회가 가정의 달을 전후해 열리는 사회공헌 행사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콘텐츠와 ESG, 제품 디자인, 글로벌 마케팅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어린이가 그린 한 장의 그림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또 하나의 접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