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게 쪄낸 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양배추 샐러드와 정체불명의 패티를 얹어 먹던 추억의 ‘군대리아’가 병영 식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한 달에 한 번 배달되던 시중 햄버거 세트를 거쳐 이제는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의 햄버거가 군부대 식당 안으로 직접 들어왔다.
16일 유통업계와 군 당국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육군 제3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식당에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가 군부대 내 정규 급식 형태로 조리 시설을 갖추고 상시 운영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장병들은 부대 인트라넷 등을 통해 갓 조리한 따뜻한 버거를 받게 된다.
◆ 찐 빵과 딸기잼의 조화…반세기 이어온 ‘군대리아’의 기억
군대식 햄버거는 1980년대 중후반쯤 군 급식에 주 1회에서 2회 공급되는 정규 빵식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쌀 중심의 단조로운 식단에서 벗어나 장병들에게 서구식 별미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초기 군대리아는 취식자가 식판 위에서 직접 내용물을 조립해 완성하는 완전한 자급식 구조였다.
찜통에 쪄낸 축축한 버거번 두 개 사이에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이 섞인 혼합육 가공 패티 한 장을 얹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를 넣었다.
여기에 군용 맛스타 캔이나 파우치 형태로 보급되던 딸기잼이나 포도잼을 빵 안쪽에 펴 바른 뒤 스프나 흰 우유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단맛의 과일잼과 짠맛의 고기 패티가 결합한 독특한 단짠 조합은 사회의 정통 햄버거와 전혀 다른 맛의 영역을 만들었다.
특히 빵을 뜨거운 크림스프나 우유에 적셔 부드럽게 넘기는 등 장병들 사이에서 다양한 변형 조리법이 구전되기도 했다.
그러나 군납 식자재의 위생 문제나 질 낮은 혼합 패티로 인한 장병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애증의 메뉴였다.
2010년대 들어 국방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가루가 함유된 번을 도입하고 패티의 육류 함량 기준을 높이는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쇠고기패티와 새우패티, 치킨패티 등 메뉴를 다양화하고 시리얼과 핫도그를 교차 급식했으나 조리병이 대형 솥과 찜기를 이용해 조리하는 군대리아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 배달 특식 거쳐 영내 조리로
군 급식의 결정적 전환점은 2021년에 찾아왔다.
국방부는 2021년도 급식방침을 확정하면서 월 6회 제공되던 빵식 식단 가운데 1회를 시중 프랜차이즈 완제품 세트로 대체해 현장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선 부대 조리병의 만성적인 조리 피로도를 줄이고 신세대 장병들의 급식 만족도를 즉각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대 인근 매장에서 완제품을 대량 주문해 트럭으로 배달해오는 방식이어서 수송 도중 감자튀김이 눅눅해지거나 버거가 식어버리는 문제가 한계로 지적됐다.
이러한 물류와 조리의 공백을 파고든 것이 바로 민간위탁 급식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었다.
부실 급식 파동 이후 군 당국이 경쟁 입찰을 통한 민간 급식 위탁을 전면 확대하면서 현재 육해공군 전역에서 50여곳의 부대 식당이 대형 식품기업 손에 맡겨졌다.
◆ 군대리아의 완전한 종언…이제 사진만 남아
이번 35사단 신병교육대대 식당의 프랜차이즈 버거 도입은 군대리아의 완전한 종언을 상징한다.
식판 위에 잼을 짜 넣어 손수 비벼 먹던 세대에서 훈련소 식당 키오스크나 앱으로 원하는 민간 브랜드 버거를 주문해 받아 드는 시대로 전환된 셈이다.
군 당국과 급식업계는 이번 운영 성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신병교육대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버거 상시 조리 코너를 전 부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