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4~5월 파업 당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명단을 별도로 작성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최 위원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 작성을 위해 노조비 2000만원 사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개인의 송사를 위해 노조비를 사용하는 안건을 두고 삼성전자 내부에선 반발 여론이 거세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상임집행위원회는 전날 평택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노조 관련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조 집행부는 두 번째 안건으로 ‘선처 탄원서 서명 진행의 건’을 올렸다. 현재 최 위원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의 명단을 작성한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위원장의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탄원서를 작성 추진에 나선 것이다. 집행부 측은 탄원서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동행노조의 엄벌 탄원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안건에 적었다.
문제는 위원장 개인의 송사에 노조비를 사용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서명업체를 통해 3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예산 2000만원을 잡았다. 위원장 개인의 송사 대응을 위해 노조비를 사용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배임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한 집행부는 안건을 올린 뒤 내부 여론에 호소가히기 위해 탄원 취합과 관련된 공지를 올렸다. 초기업노조 사무국장은 “처벌불원 탄원 취합에 관해 부탁을 드리려고 글을 쓴다”며 “(명단 작성은) 초기업노조 가입률 현황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정보를 활용한 것”이라며 “사내 시스템에서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항목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명단 작성은 수원지검에 송치된 상태인데 현재 상태에선 (처벌을 바라는) 동행노조 의사만 전달된다”며 “교섭기간 중 누구보다 희생한 위원장과 운영국장을 지켜달라”며 탄원서 작성을 요청했다.
다만 사내 여론은 좋지 않다. 최 위원장이 주관한 집행부 회의에서 선처 탄원서를 추진한 탓에 직원들은 ‘셀프 탄원서’가 말이 되냐며 오히려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직원이라 밝힌 한 직원은 “죄가 없다면 기관에서 잘 처리할텐데 탄원이 왜 필요한가”며 “조합비를 개인 소송에 써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